[생각나눔] 국립도서관장직 전문성 무시?

[생각나눔] 국립도서관장직 전문성 무시?

임창용 기자
입력 2006-05-25 00:00
수정 2006-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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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은 전문직인가, 아니면 행정직인가. 우리나라 양대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장이 바뀔 때마다 도서관인들은 이같이 자문하며 자괴감에 빠진다고 한다.

23일 단행된 국립중앙도서관장 인사도 마찬가지다. 이날 정부는 권경상 복합레저관광도시추진단장을 새 관장에 임명했다. 무역학, 관광학을 전공하고 공보관, 개방형 관광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아무리 보아도 도서관 관련 전문성을 찾기가 어렵다. 이번뿐이 아니다. 전임자인 김태근 전 관장은 육사를 나와 공보관 체육국장을 거쳤고, 그 전임자인 임병수 전 차관보는 관광국장과 문화산업국장 등을 지냈다.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수장은 정무직, 혹은 개방형 직위를 통해 전문가를 임용하면서도 유독 도서관장만은 행정직 간부만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측은 개방형 직위가 전체 고위직의 20%까지로 한정돼 있고, 이미 꽉 차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사서직 공무원 중 관장에 오를 만한 고위직이 없다는 점도 내세운다. 하지만 개방형 직위가 늘어나면 문화부는 3급직인 국립도서관 자료관리부장과 다음달 말 개관 예정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장직만 개방하겠다는 요청을 중앙인사위에 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도서관 수장 자리는 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국립도서관은 다른 문화예술기관과 달리 관장이 수시로 바뀌어왔다. 가뜩이나 도서관 경영에 문외한인데 업무를 익힐 만하면 자리를 옮기는 악순환만 거듭해온 것이다. 하지만 문화부 인사 관계자의 답변은 안이하기만 하다.‘고위직 공무원은 한 보직에 1년 이상 머물지 않게 한다.´는 근거가 분명치 않은 인사원칙을 내세우는가 하면, 도서관장직은 전문지식 못지않게 운영능력이 중요하다는 등 아리송한 말만 늘어놓았다. 도서관 운영과 경영이 사서들이 가장 중요하게 배운 전문분야임을 그가 정말 모르는 것인지 궁금하다.

배우출신으로서 개방형 국립극장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문화부 수장에 오른 김명곤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새로운 광대정신으로 무장하여 현장 중심의 문화행정의 원년으로 삼아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현장 중심 행정은 멀리에서보다 가까운 ‘현장중심 인사’에서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2006-05-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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