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과 함께 키가 자랐고/공장과 함께 사랑도 익었다.”(‘공장’)는 노동자 시인 표성배가 두번째 시집 ‘저 겨울산 너머에는’(갈무리 펴냄)을 내놓았다. 그의 시집에는 일하는 사람의 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강함이 물씬 풍겨난다.무럭무럭 피어나는 뜨거운 김 속에는 일터 사랑과 근심,동료에 대한 애정과 세상의 모순이 포개져 있다.그 목소리는 거칠지 않고 응축된 시적 비유로 잘 다듬어져 있다.
시집 곳곳에 뿌려진 시적 자아는 개인의 차원에 머물지 않은 채 ‘2만불 시대’ 운운하는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그는 마산에서 살고 창원공단에서 일하는,대물림한 노동자다.그에겐 “평생 막일에/굽은 등이 안쓰러운/아버지”와 “고무신 공장에서/어느 날,고무신처럼 천대받아 쫓겨난/누이”가 있다.시인 자신은 반복된 작업으로 창원대로를 달리면서도 “차소리 대신 기계소리”가 들리고 “자동화 기계에 밀리고 밀려/어느 날/수동 기계처럼/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내가 보인다.”(‘창원대로를 달리다 보면’)고 토로한다. 늘어만 가는 작업량과 기계화로 인한 퇴출 위기 등은 시인의 불안함을 가중시킨다.“십년 넘게 다닌 공장이/낯설게” 다가오고 “단단히/뿌리내리지 못한 채/하루하루를 견뎌 내는” 선인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그래서 노동현장은 ‘겨울산’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산 속에 갇히지 않는다.간혹 “낭떠러지를 만나 고개 떨구고/아슬아슬 얼음판을 걸었지만” 그 ‘겨울산 너머’로 무지개를 본다.(‘잘 왔다 싶다’).“한 점 빛 새벽별 뚝뚝 떼어 짓밟고/저 겨울산을 넘고 싶다.”며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무지개 빛 희망을 못내 버리지 않은/마음뿐이다.”(‘무지개’)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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