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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전사.실종자 5인 주변/꽃다운 젊음 조국에 묻다

서해교전/전사.실종자 5인 주변/꽃다운 젊음 조국에 묻다

입력 2002-06-30 00:00
업데이트 200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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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동기와 부하들에게 모범이 되는 진정한 군인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29일 뜻밖의 서해교전으로 목숨을 잃은 윤영하(尹永夏·28·경기 시흥시 계룡아파트) 대위와 해군사관학교 50기 동기인 최민석(崔珉碩·28·해군 작전사령부 공보과장) 대위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침몰된 아군 고속정의 정장(艇長)인 윤 대위는 부하들과 함께 바다에 몸을 묻었다.

“규정을 지키면서도 항상 동기들을 먼저 생각했고 주위 사람들이 저절로 따를 정도로 속이 깊었습니다.”최 대위가 기억하는 윤 대위는 해사시절부터 조용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참군인’이었다.

92년 해사에 들어간 윤 대위는 해사 18기인 윤두호(尹斗鎬·61) 예비역 해군 대위의 장남으로 영국에서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했다.동시통역이 가능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뛰어났고,성격도 적극적이어서 96년 3월 우수한 성적으로 해사를 졸업,소위로 임관했다.특히 테니스와 수영이 수준급이었다.아버지도 현역시절 인헌무공훈장을 받았다.

아버지 윤씨는 “얼마전 TV 뉴스에서 ‘월드컵을 보지못하는 사람들’코너에 아들 부대가 소개됐다.”면서 “그때 TV로 본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오열했다.

윤 대위는 178㎝의 키에 미남형이지만 아직 여자친구가 없을 정도로 부하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주위에서는 그를 “해군과 결혼한 사내”라고 불렀다.

윤 대위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김상규(40)씨는 “혹시나 해서 윤 대위 집에 전화했더니 아버지가 전화를 받고는 ‘전사했다.’고 하시면서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더라.”면서 “정말 대를 이어 꿋꿋하게 나라를 위해 사는 집안인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윤 대위와 함께 사망한 서후원(徐厚源·21·경북 의성군 옥산면) 하사는 대구 기능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7월 입대했다.아버지 서영석(49)씨는 “아들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성실한 아들이었는데 이런 변을 당해 하늘이 내려 앉는 느낌”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황도현(黃道顯·22·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하사는 숭실대 기계공학과 2학년 재학중 휴학을 하고 지난 2000년 입대했다.아버지 황은택(56)씨는 “하룻밤을 자고 부대로 돌아가면서 ‘금방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울먹였다.황 하사는 100만원 가까운 월급 가운데 3분의1 정도를 꼬박꼬박 집에 보내는 등 효자로 알려져 있다.

조천형(趙天衡·26·경기 평택시 안중면)하사는 딸 시은이의 백일을 맞아 지난 22일 휴가를 나온 것이 가족들이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아들의 주검이 안치된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한 어머니 임헌순(56)씨는 “사병으로 복무하던 아들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하사관으로 바꿨다.”면서 “계속 사병으로 근무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라며 끝내 실신해 응급실로 실려갔다.

방한칸짜리 월세방에 살고 있는 아내 강혜정씨는 “시은이 아빠,시은이 아빠”라며 통곡했다.

실종된 한상국(韓相國·27·경기 평택시 포승면)중사의 가족들은 생사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이영표 황장석 장세훈기자 shjang@
2002-06-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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