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정석·잘 짜인 구성미 갖춰
신춘문예 당선작을 고를 때 심사위원들은 여러 가지 기준을 다각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세 가지 요건을 생각한다. 무릇 소설은 문장이 좋거나, 의식이 날카롭거나, 감수성이 뛰어나야 한다. 예심을 거쳐 모두 열세 편의 소설이 올라왔다. 생각보다 많았다. ‘건선주의보’, ‘나의 사랑하는 압제자’, ‘그림자놀이’, ‘출국장’, ‘킬러 팬케이크’, ‘주성치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플라밍고’, ‘무게 증후군’, ‘이누이트의 책장’, ‘당신을 응원합니다’, ‘바람’, ‘길을 잃다’, ‘벚꽃나무 아래서’, ‘폭염’ 등이다.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것, 새로운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감수성 면에서 충분치 않은 것 등을 제외해 나가니 다섯 편 정도가 남았다. ‘벚꽃나무 아래서’는 감수성이 신선하고 새롭다. 순수함이 느껴진다. 다만 결말 처리 부분에서 모범생이 되었다. 문장도 아직 아마추어리즘 기운이 다분하다. 하지만 의식이나 감수성에서 앞날이 기대된다.

심사위원 성석제(왼쪽) 작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
‘폭염’은 문장이 간결하고도 운치가 있으며 구성도 잘 짜여 있다. 무엇보다 실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인물의 내적 심리나 그 정염의 발동을 이만큼 여실하게 그려 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유형의 소설에 사회성이 있느니 없느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철 지난 얘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주성치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플라밍고’는 활달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있다. 매력이 있다. 다만 구성이 치밀치 못한 느낌을 주고, 문장에서도 아직 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길을 잃다’와 ‘폭염’을 놓고 고심했다. 둘 다 특장이 있다. 사회를 보는 눈도 있고 구성미도 있다. 결국 ‘길을 잃다’에 기울었다. ‘폭염’을 선택하지 못한 것을 아쉽게 느낀다. 이주민 문제를 다루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길을 잃다’의 작가에게 진심으로 당선을 축하드린다. ‘폭염’의 작가에게는 실망치 말고 정진할 것을 당부드린다.
2014-01-01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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