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 | 아버지의 자전거

속삭임 | 아버지의 자전거

입력 2011-02-20 00:00
수정 2011-02-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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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고 했던가? 지금도 잊히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는 기억 하나가 있다. 유난히도 달이 밝았던 그날, 한 손에는 과자 봉지를 그리고 한 손에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었던 40분, 4학년 올라오면서 학급 반장에서 떨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아버지께서는 “차렷 경례는 이렇게 하는 거란다” 한마디 하시고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렷 경례를 반복하셨다. 그때 그 아버지의 목소리 사이, 탈탈거리며 끌려가던 자전거 바퀴 사이사이 숨어 있던 슬픔이 내 기억의 세포마다 스며들어 40년 세월을 넘어 유년의 나이테를 깨운다. 문득, 차렷 경례를 큰소리로 외쳐보지만 이제 아버지의 자전거는 내 마음 귀퉁이에서 자꾸 헛돌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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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둠이 좋다. 그래서인지 내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가면 그 중심에는 늘 어둠이 있다.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프지만 기억해야 될 유년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아버지의 애창곡 (제목이 <님>이었던가) 그 노래가 좋다. 늦은 저녁 야근을 끝내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종종 불러보는 그 노래, 중간중간 가사가 끊기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의 그 꼿꼿하시던 모습이 떠올라 슬프지만 행복하다.

저 별과 별 사이 어디쯤에 멈추어 있을 아버지의 자전거, 가늠할 수 없는 별과의 거리가 그리움 만큼이나 멀다.

문득, 살아가는 환경이 나쁜 해에는 나이테와 나이테의 간격이 좁아지고 환경이 좋으면 간격이 넓어진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난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느티나무 잘려나간 밑동에서 지워진 유년의 기억이 돋는다. 나이테 하나하나 짚어 본다. 아버지의 낡은 자전거 소리가 들린다.

그리움은 아버지의 자전거 소리처럼 잡히지 않는 환일까?

글_ 문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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