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엘리멘탈’ 피터 손 감독
물·불 등 4개 원소 의인화한 설정
이민 온 감독 가족 자전적 스토리
자녀 정체성·성장문제 함께 엮어
피터 손 감독이 30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뉴스1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을 연출한 한국계 피터 손 감독이 30일 서울 용산 CGV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의 시작을 이렇게 소개했다.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영화는 불, 물, 공기, 흙 등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앰버(불)가 웨이드(물)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원소들을 의인화한 기발한 설정과 생동감 넘치는 비주얼이 돋보인다.
손 감독은 “학창 시절 화학을 배울 때 원소 주기율표를 보면서 한 칸 한 칸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가족들 같다고 생각했다. 이를 4개 원소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면서 “캐릭터들을 인간처럼, 감정을 잘 드러내도록 효과를 어떻게 주느냐가 관건이었다”고 밝혔다.
영화 ‘엘리멘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굿 다이노’(2016) 개봉 이후 뉴욕시에서 강연하며 겪은 이야기도 털어놨다. 초청 강연을 하던 중 앞줄에 앉은 부모님을 보고 감정이 북받쳐 “저를 위해 희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펑펑 울었다. 이 얘기를 들은 동료들은 “바로 거기에 네 영화가 있다”고 용기를 줬다.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그에게 아버지는 식료품 가게를 물려주고 싶어 했다. 어느 날은 어머니가 그림을 찢기도 했다. 나중에야 예술가가 되려 했던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영화에 이민자들의 자녀가 겪는 정체성과 자신의 성장에 관한 문제가 함께 엮여 들어간 배경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이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이런 문제의식을 잘 담아내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차별을 겪으면서 마치 제가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줬다”는 손 감독은 “차별을 당한 앰버가 웨이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 영화에서 이런 부분을 눈여겨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23-05-3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