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 첫 개인전 ‘역사적인 레고’
‘종묘제례악’유희무인 포구락
신라 용 기와 재현
“향토색 짙은 농악
정조 화성행궁 행차 계획
가장 한국적 작업 할 것”
지난 19일 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이 서울 중구 소공로 모리함에서 열리고 있는 첫 개인전 ‘콜린 진의 역사적인 레고’에서 대표작인 ‘종묘제례악’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국가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을 레고로 처음 구현한 레고 아티스트 콜린 진(49)이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로 모리함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의 첫 개인전 ‘콜린 진의 역사적인 레고’를 찾으면 여기저기서 관람객의 탄성이 들려온다.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은 전시장 2층에서는 궁중 무용 포구락(사진)과 스테이플러 표면을 레고 블록으로 감싸 만든 청룡지치, 백룡지치, 신라시대 유물인 용 얼굴 무늬 기와 등을 볼 수 있다.
도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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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은 전시장 2층에서는 궁중 무용 포구락과 스테이플러 표면을 레고 블록으로 감싸 만든 청룡지치, 백룡지치(사진), 신라시대 유물인 용 얼굴 무늬 기와 등을 볼 수 있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은 전시장 2층에서는 궁중 무용 포구락과 스테이플러 표면을 레고 블록으로 감싸 만든 청룡지치, 백룡지치, 신라시대 유물인 용 얼굴 무늬 기와(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작업에만 18개월이 걸린 종묘제례악은 국립국악원 자료를 샅샅이 찾아 문무·무무의 일무들, 악사들의 의복과 행사에 등장하는 14가지 악기를 세세히 빚어냈다. 악기를 연주하는 손동작 하나하나도 직접 작가가 자세를 취해 보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분명 흔하게 보는 레고 조각으로 쌓아 올린 것들인데 은은한 조명으로 비춘 작품에선 옛 복식의 곡선미와 색감, 종묘제례악의 장중하고 경건한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박영택 미술평론가(경기대 교수)가 “문화유산의 단순한 모방이나 복제가 아니라 그것들이 지닌 빼어난 미의식의 재현에 대한 의욕이 얹혀 있다”고 평한 이유다.
작가가 태어나던 해 장난감회사(한립토이스)를 세운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갖가지 장난감을 갖고 노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25살 때부터 자신만의 설계도로 레고 작품을 만든 것이 300여점 이상 쌓이며 이번 전시 2~3층을 채웠다. 그가 한국 문화를 작품 소재로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2년 네덜란드 황태자 부부가 방한했을 때 레고에서 출시한 ‘숭례문’을 보고 나서였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재현하지 못한 디자인에 실망한 데다 그마저도 금방 단종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는 그는 “세계 랜드마크 제품만 해도 아시아 시장인 중국, 일본은 있지만 한국은 없어 우리의 보물들을 레고로 만들어 보여 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형화된 레고 조각에서 ‘표현의 한계’를 느끼진 않을까. 그는 “제한된 것에 생각과 의식을 불어넣고 작품이 만들어질 때 희열을 느낀다”며 “정해진 형태와 색상 안에서 구현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게 나의 창작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도 그는 인간의 역사와 진화를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담는 작업을 이어 갈 예정이다. 벌써 전국 팔도 각 지역의 향토성을 품은 농악을 구현하고 레고로 지어진 배흘림기둥의 한옥에 1700여명으로 이뤄진 정조의 화성행궁 행차를 선보일 계획을 품고 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장난감인 레고로 만든 ‘한국의 보물’들이 주는 흥분이 앞으로도 아이들이 우리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찾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제 작품이 ‘우리 것’에 대한 공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자연스러운 매개체이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되면 좋겠어요.”
2023-10-23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