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 슈타이얼 ‘데이터의 바다’ 展
국립현대미술관서 亞 첫 개인전초기부터 최근 작품 등 23점 전시
“SNS로 데이터가 수집되는 세상
인간의 존재는 결국 기계가 결정”
‘소셜심’(사진)은 코로나19 이후 열린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김정화 기자
김정화 기자
시각 예술가이자 영화 감독, 저술가인 히토 슈타이얼은 영상 작업뿐 아니라 비평, 강연을 통해 디지털 사회와 미술 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일본계 독일 작가다.
미디어아트 작가 히토 슈타이얼은 작품뿐 아니라 비평, 강연을 통해 현대 디지털 사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슈타이얼의 아시아 첫 개인전 ‘데이터의 바다’에선 디지털 기반 데이터 사회를 다룬 작품 세계와 예술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1990년대 초기 작품부터 자본시장에서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최근작까지 23점이 전시된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오스트리아 빈 미술 아카데미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딴 슈타이얼은 인공지능을 풍자한 ‘인공 우둔함’이란 개념을 내세웠는데, 이런 독특한 이력과 사상은 작품에 두루 반영됐다. 소셜 시뮬레이션을 뜻하는 ‘소셜심’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퍼진 대중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 군인들의 행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2020년 시위 현장의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수 등의 데이터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안 보여 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사진)은 디지털 공간이 어떻게 감시 사회가 됐는지 되돌아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작가가 제시하는 답은 이렇다. 파일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픽셀보다 작은 크기가 되기, 그리고 필터에 걸린 스팸 되기. 결국 디지털 공간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걸 결정하는 건 인간의 시각이 아니라 기계라는 뜻이다.
‘야성적 충동’(사진)은 미술계 화두인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해 얘기한다.
김정화 기자
김정화 기자
작품명은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언급한 개념이기도 한데 인간의 탐욕, 야망, 두려움으로 시장이 통제 불능이 되는 현상을 뜻한다.
작품 대다수는 15~30분에 달하는 영상으로 슈타이얼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의도를 알기 어려운 난해한 비디오 앞에서 황망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조언한다. “비주얼아트의 독특한 점은 누구도 제대로 이해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 번에 다 보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지요. 쉬엄쉬엄하세요(Take it easy).” 오는 9월 18일까지.
2022-05-24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