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신이 준 선물… 열정 있는 한 포기 없다”

“장애는 신이 준 선물… 열정 있는 한 포기 없다”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입력 2022-09-06 18:06
수정 2022-09-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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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 청각장애 배우 코처

제주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아카데미서 윤여정 수어에 기뻐
尹 출연 ‘미나리’ 최애 한국 영화
‘코다’ 농아·비장애인 다리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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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배우이자 감독인 트로이 코처가 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회견에서 수어로 답변하고 있다. 그는 “제 언어이고 생명인 손이 잘리지 않는 한 배우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청각장애인 배우이자 감독인 트로이 코처가 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회견에서 수어로 답변하고 있다. 그는 “제 언어이고 생명인 손이 잘리지 않는 한 배우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저는 장애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안의 열정이 멈추지 않는 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청각장애인 남자 배우 최초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미국 배우 트로이 코처(54)는 “한계는 없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삶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여정 배우가 제게 오스카상을 주면서 ‘아이 러브 유’라는 수어를 해 줬을 때 정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수어로 코처의 이름을 호명해 화제를 모았다. 코처는 “마치 오랜 시간 공들여 어렵게 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처럼 기뻤다”면서 “윤여정 배우가 트로피를 들어 준 덕에 제가 수어로 편하게 소감을 발표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천적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코처는 아카데미 작품상 등 3관왕에 오른 영화 ‘코다’에서 청각장애인 아버지 프랭크 역으로 열연해 호평을 받았고 미국배우조합(SAG)상 남우조연상,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했다.

“‘코다’는 농아인들과 비장애인의 다리 역할을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듣지는 못하지만 남들보다 시각이 2배 발달해 잘 볼 수 있어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출연해 농아인 배우도 열정만 있다면 비장애인 배우와 똑같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배우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로서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는 “할리우드에 농아 역할은 당사자가 맡아야 한다고 건의해 농아인 배우들의 캐스팅이 늘고 있다”면서 “농아인 배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오스카상을 받은 이후 출연 제의가 늘었고, 앞으로 후배들의 길을 열어 주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윤여정이 출연한 ‘미나리’를 꼽은 코처는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농아인들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윤여정 배우와 함께 연기해 보고 싶고, 수어로 미국 농담도 가르쳐 주고 싶다”며 웃었다. 특히 그는 “수어 문화의 보존과 교육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에게도 삶의 아픔과 기쁨이 있는 만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농아인 관련 풋볼 영화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가끔 저 자신에게 실망할 때도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고 한 번도 멈춰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어요. 저처럼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자기 안의 열정과 꿈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2022-09-0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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