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또 깨졌다… 사우디, 24일부터 여성운전 허용

‘금녀의 벽’ 또 깨졌다… 사우디, 24일부터 여성운전 허용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8-06-05 22:44
수정 2018-06-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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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명 운전면허증 첫 발급

여성의 운전 행위를 금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으로 여성 운전면허증을 발급한 4일(현지시간) 한 사우디 여성이 수도 리야드의 교통총국에서 운전 시험을 보기 위해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사우디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발급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쥔 여성들. 이들은 해외에서 국제면허증을 취득한 운전 경력이 있는 여성들로, 실제 운전은 오는 24일부터 공식 허용된다. 리야드 AP 연합뉴스
여성의 운전 행위를 금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으로 여성 운전면허증을 발급한 4일(현지시간) 한 사우디 여성이 수도 리야드의 교통총국에서 운전 시험을 보기 위해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 작은 사진은 사우디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발급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쥔 여성들. 이들은 해외에서 국제면허증을 취득한 운전 경력이 있는 여성들로, 실제 운전은 오는 24일부터 공식 허용된다.
리야드 AP 연합뉴스
군입대 이어 또 하나의 새 역사
여성 인권운동가 구금에 비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 행위를 금지해 온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으로 여성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지난해 9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내린 지 8개월 만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사우디 교통총국의 발표를 인용해 “여성들에게 사우디 운전면허증이 발급됐다”고 보도했다. 알아라비야는 “사우디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운전면허를 손에 쥔 이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레바논 등지에서 국제면허증을 취득한 10명으로 사우디 각 지역의 교통총국에서 시험과 검사 등을 거쳤다. 사우디 문화정보부의 국제커뮤니케이션센터(CIC)는 “다음주에 약 2000명의 여성에게 운전면허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면허증으로 레바논, 스위스 등에서 운전을 했던 레마 자우다트는 사우디 당국의 운전면허증을 받고 “나에게 운전이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을 뜻한다”며 감격했다.

그러나 아직 여성의 운전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사우디는 면허 발급 절차를 일단락하는 오는 24일부터 여성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현재 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등 취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왕국이 여성 운전을 허용한 결정에는 개혁 군주를 자처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 1월에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고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군 입대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그럼에도 사우디 사법당국은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 운동가 등 17명을 사회 안정을 해친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2일 이들 중 8명을 임시로 석방했지만 9명에 대해서는 “위협의 증거가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여전히 구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 인권사무소는 “여성 인권 문제를 위한 활동 때문에 운동가들을 구금했다면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사우디의 인권 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체포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8-06-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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