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협상기간 일평균 사망자수 급증”…본말전도 우려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법을 놓고 협상에 몰두하는 동안 정작 시리아 내부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격화해 인명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해체 안에 합의를 이룬 지난주 시리아에서 1천 명 이상이 숨졌다고 16일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시사한 이후 시리아의 일일 평균 사망자 수는 수십 명 수준으로 줄었다가 지난주 수백 명으로 다시 치솟았다.
서방의 군사개입 가능성이 옅어지고 사태 진척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군과 반군 모두 다시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레포 북부의 알바브 마을에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타결하던 시각을 전후해 때마침 공습이 벌어져 최소 30명이 숨졌다고 활동가들이 전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지난달 21일 화학무기 참사가 벌어진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 지역에서도 폭격이 2배가량 심해졌다고 밝혔다.
남부 지역과 중부 하마 지역에서는 반군이 공격을 강화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알카에다 연계 반군인 알누스라전선 소속 무장대원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속한 알라위파의 민간인 1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다마스쿠스 동북부 말룰라에서도 정부군과 반군이 최소 4번이나 마을을 뺏고 뺏기며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외교의 승리’를 자축하는 사이, 시리아 땅에서는 재래식 무기로 말미암은 유혈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화학무기에 쏠리면서 내전의 근본적 종식방안은 뒷전이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소속 분석가 에밀 호카옘은 시리아 문제의 초점이 ‘화학무기 폐기’로 옮겨진 탓에 정부군과 반군 모두 다른 형태의 무력 사용을 자제할 동기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가 시리아 내전을 촉발·지속한 복합적 요인들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시리아 출신으로 반정부 진영을 지원하는 아므르 알 아즘 미국 오하이오 쇼니주립대 사학과 교수도 “아사드 정권이 계속 권력을 유지하게 할 것인가, 그를 어떻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인가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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