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조수 급상승으로 침수 피해 반복
17년 동안 바다에 78개 인공장벽 설치
작동 기준보다 8㎝ 낮은 조수 예보 의존
지역풍에 조수 높아지자 속수무책 당해
랜드마크 산마르크 광장 등 물에 잠겨
8일(현지시간) 해상 차단벽(모세·MOSE)이 무용지물이 돼 물에 잠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크 광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보행용 임시다리를 만들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60억 유로(약 8조원)를 들여 모세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도시가 또다시 물바다가 됐다.
베네치아 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치아 로이터 연합뉴스
모세는 아드리아해 바닷물이 베네치아와 연결되는 수로 입구 3곳에 높이 30m의 철 구조물 78개로 세운 차단벽이다. 선박 통행에 방해가 안 되도록 평소 바닷물 속에 있지만, 48시간 전 예보에서 도시 쪽으로 밀려오는 조수(만조) 수위가 1.3m보다 높아지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 최대 3m 높이의 만조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날 만조 수위는 최고 1.5m로 1.3m보다 높았기 때문에 모세가 작동해야 했지만, 앞서 기상 당국이 만조 수위를 1.22m로 낮게 예측한 탓에 모세는 멈춰 있었다. 17년 동안 60억 유로(약 8조원)를 투입해 만든 모세를 가동조차 못해 보고 홍수 피해를 또 입은 것이다. 이에 모세 작동기준을 만조 수위 1.2m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베네치아는 모세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원래 2011년 가동 예정이었지만 기술적인 난관, 예상보다 불어난 건설 비용, 정계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부패 스캔들을 거치며 완공이 지연됐다. 결국 지난 7월에야 완공된 모세를 시험가동했고, 이후 몇 주 뒤 1.35m 만조의 바닷물을 막아 내는 성과도 냈지만 정작 이번에 홍수가 날 때 모세는 멈춰 있었다.
‘모세의 기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베네치아의 실망감은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시민단체 베네치아닷컴을 이끄는 마테오 세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겨울 홍수라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모세가 있으면 홍수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20-12-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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