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전격 강등 쇼크… 환율 널뛰고, 글로벌 증시 요동

美 신용등급 전격 강등 쇼크… 환율 널뛰고, 글로벌 증시 요동

이재연 기자
입력 2023-08-03 03:40
수정 2023-08-0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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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AAA→AA+ 한 단계 낮춰
“국가채무 갈등·재정악화 등 영향”
옐런 “시대 뒤떨어진 판단” 반발

원·달러 1298.5원… 한 달 만에 최고
코스피 급락… 亞·유럽도 동반 하락
기재부 “2011년 때보다 영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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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ARKETS-FALL-AFTER-FITCH-DOWNGRADES-U.S.-DEBT
US-MARKETS-FALL-AFTER-FITCH-DOWNGRADES-U.S.-DEBT 피치가 화요일 늦게 미국 경제를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지수는 3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뉴욕 AFP 연합뉴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 발표 이후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선까지 급등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부채 한도 상향을 놓고 지난 6월까지 수개월간 벌였던 정치적 대립이 결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미 재무부는 “자의적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피치는 지난 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향후 3년 동안 재정 악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부채 한도를 두고 (의회) 대치와 극적 해결이 반복되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거버넌스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부채 한도 상향으로 갈등을 빚으며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해서야 타결하는 고질적 문제점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피치는 등급 전망으로 ‘부정적’ 대신 ‘안정적’을 부여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미 정부 재정적자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올해 6.3%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방정부 세수 감소와 재정 지출, 이자 부담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10년간 금리 상승과 부채 증가로 인해 이자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인구 고령화, 의료비 상승으로 재정 개혁이 없는 한 고령층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피치의 조치에 반발하며 “임의적이고 시간이 지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는 전 세계에서 탁월하게 안전한 유동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주요 경제권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며 피치의 조치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후폭풍이 불고 있다.

당장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2일 코스피는 1.90%, 코스닥지수는 3.18% 각각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7월 10일(1306.5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2.30% 내린 3만 2707.69로 장을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9.26포인트(0.89%) 하락한 3261.89에, 선전종합지수는 5.70포인트(0.28%) 하락한 2056.06에 장을 마쳤다. 중국 시장이 타격을 입자 홍콩 항셍지수도 2% 이상 급락했다. 유럽 증시도 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줄줄이 하락했다.

미국은 2011년에도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위기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적이 있었다. 당시도 디폴트 발생 불과 몇 시간 전 의회가 부채 한도 증액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이틀 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2011년 당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코스피도 6거래일 만에 17%나 떨어졌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에 대응하는 물량 소화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신흥국(EM) 지역 주식매도 물량이 출회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부채한도 협상을 타결했고 견조한 미국 경제로 인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의 데이비드 크로이 전략가는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의 평판과 위상에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시장 불안, 위험회피 움직임도 부추겨 미 국채와 달러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실무회의를 열고 미국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위, 금감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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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2011년 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AAA→AA+) 시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향후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심화되며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23-08-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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