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잘린 카터 美 전 영부인 별세
6개월 전 치매 진단… 96세로 영면
동네 친구서 ‘최장기 퍼스트 부부’
막후 영향력에 ‘공동 대통령’ 불려
백악관 시절 어린이 백신 큰 관심
카터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
로잘린 카터 여사가 1979년 미국 상원 소위원회에서 정신 건강 프로그램 자금 조달에 관해 증언하고 있다.
블룸버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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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센터는 이날 성명에서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옹호자였던 전 영부인이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의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카터 여사는 6개월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지난 17일부터 자택에서 호스피스 케어에 들어갔다. 카터 전 대통령도 올 2월부터 호스피스 케어를 받고 있다.
카터 여사는 조지아주의 소도시 플레인스에서 태어났다. 어린 로잘린과 지미는 한 동네에서 친구로 지냈고 청년 지미가 해군 사관생도일 때 첫 데이트를 시작해 1946년 결혼했다. 지난 7월 7일에는 결혼 77주년을 맞은 ‘최장기 퍼스트 부부’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2002년 그들의 고향인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에서 열린 콘퍼런스 직후 입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냈고 카터 전 대통령이 해군장교로 복무하던 1946년 결혼해 77년을 해로했다.
플레인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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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여사는 1977~1981년 백악관 시절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악관 이스트윙에 사무실을 만들고 정책 담당 직원을 둔 최초의 영부인이었고 대통령 특사로 라틴아메리카 7개국을 순방하기도 했다. 1978년부터는 내각 회의에까지 참석해 과도한 역할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강철 목련’ 별명은 1976년 대선 캠페인 당시 뉴욕타임스(NYT)가 프로필 기사에 ‘지칠 줄 모르는 캠페인이 강철 목련꽃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쓴 데서 비롯됐다. 그녀가 즐긴 패션 액세서리는 카터 집안의 땅콩 농장을 상징하는 땅콩 모양 금핀이었다.
퇴임 후 카터 재단을 설립한 지미 카터(왼쪽 두 번째) 전 대통령과 로잘린 카터(맨 오른쪽) 여사는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났다.
평양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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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대통령은 스스로 아내를 “대체할 수 없는 조언자이자 파트너”라고 칭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도 “로잘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며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 줬다”고 회고했다.
재선에 실패한 카터 전 대통령은 카터 여사와 함께 1982년 카터 재단을 설립해 인권, 분쟁 해결 등 인도주의 활동에 집중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추모 성명에서 “퍼스트 레이디 로잘린 카터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국민과 전 세계에 영감을 줬다”고 기렸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부 등도 추모 성명을 냈다.
2023-11-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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