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 않는다, 그들의 희생 기억한다면

노병은 죽지 않는다, 그들의 희생 기억한다면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3-05-31 00:38
수정 2023-05-3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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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모리얼 데이’ 한국전 추모식

北 포로였던 92세 참전용사 딕스
“청년에게 ‘잊힌 전쟁’ 안 되게 노력”

한국전 자진 입대했던 재키 유족
“미래세대, 영웅들 이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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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제임스 딕스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마련된 추모의벽에서 전우의 이름을 찾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제임스 딕스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 마련된 추모의벽에서 전우의 이름을 찾고 있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한국전쟁을 잘 모른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웠다.”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내셔널 몰의 한국전참전기념공원에서 만난 6·25전쟁 참전용사 제임스 딕스(92)는 “누군가 물어보면 1950년대 한국에서 전쟁이 있었다고 설명해 왔지만 이제 한국전쟁이 잊히지 않도록 할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흔히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90대 노병이 모두 사라지면 전쟁의 의미까지 잊힐까 우려한 것이다.

딕스는 옆에 있던 아들에게 “당시 한국은 황폐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기자가 지금은 서울이 뉴욕처럼 발전했다고 하니 “많이 들어 알고 있지만 가 보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야전 포병으로 연합군이 크게 밀렸던 1950년 8월 부산에 상륙해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르다 같은 해 11월 북한 최북단까지 밀고 올라갔고, 그곳에서 공산군에 잡혀 33개월간 포로 생활을 한 뒤 살아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이 매년 현충일에 이곳에서 개최하는 ‘한국전 전사자 추모식’에 참석했다. 고령임에도 100여명의 참석자와 적지 않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전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6·25전쟁에서 삼촌 ‘재키’를 잃은 수전 하더(54)는 어머니의 추모사를 대독했다. “재키는 보스턴대 1학년을 마치고 한국민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며 부모에게도 말하지 않고 해병대에 입대해 1953년 1월 한국으로 갔다. 스무 살 생일이던 같은 해 7월 8일 후방에 남게 됐지만, 자진해서 전투에 나갔다가 실종됐다”고 얘기했다. 9개월 만에 찾은 시신은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묻혔다.

하더의 어머니는 “우리는 자유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래 세대는 영웅들이 자유의 미래를 위해 싸웠다는 데 감사하고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사령관 출신인 존 틸러리 KWVMF 회장은 지난해 제막한 ‘추모의 벽’ 공사 비용을 지원한 한국민과 정부에 고마움을 표했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참전 용사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수천 마일 떨어진 타국으로 보낸 가족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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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영웅’ 美상병, 73년 만의 귀향
‘한국전 영웅’ 美상병, 73년 만의 귀향 루서 스토리(작은 사진) 미 육군 상병의 유해 안장식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인 2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의 앤더슨빌 국립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스토리 상병은 1950년 9월 1일 낙동강 전투에서 북한군에 포위될 위기에 처한 중대가 철수하도록 홀로 전방에 남아 엄호하다 전사했으며, 조지아주 출신의 그의 유해가 고향에 돌아온 건 73년 만이다. 앤더슨빌 연합뉴스
이날 조지아주 앤더스빌 국립묘지에서는 1950년 9월 1일 낙동강 전투에서 홀로 전방에 남아 중대가 철수하도록 엄호하다 전사한 루서 스토리 미 육군 상병의 유해가 안장됐다. 73년 만의 귀향이다.

미국은 그의 부친에게 1951년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전달하면서도 유해 수습에 대해선 불가 판정했다. 이후 한미 양국의 유해 발굴 노력으로 신원을 확인해 지난 4월 유족에게 통보했다.

지난달 방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스토리 상병의 희생을 기리며 6·25전쟁 실종 장병을 끝까지 찾겠다는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2023-05-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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