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분비선 모두 비우려 해 살아있는 뱀보다 더 치명적”
미국 골프장 내 뱀 경고판[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텍사스 토박이인 제러미 서트클리프(40)는 지난달 27일 아침 산디아시 자택의 정원에서 잔디를 깎다가 1m 20cm 길이의 악질방울뱀(Western diamondback)을 발견하고는 삽으로 목을 내리쳤다. 약 10분 뒤 몸을 숙여 뱀 사체를 치우다 목이 잘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 뱀의 송곳니에 오른손 중지와 무명지를 30초가량 물렸다고 한다.
그는 부인의 신고로 출동한 911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헬기까지 타고 60여km 떨어진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몸 안에 독이 퍼져 내출혈에다 패혈증성 쇼크까지 온 상태였다. 이때문에 보통은 해독제를 2~4회분만 맞으면 되는 것을 26회분을 맞고도 안정이 되지 않아 의학적으로 유도된 혼수상태로 있다가 나흘 만에야 깨어났다.
그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아직도 신부전에 시달리고 있으며, 손가락 일부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부인은 이 신문에 “뱀이 죽은 뒤에도 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예방조치를 했을 것”이라며 “병원 관계자들도 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에서 목이 잘린 뱀에 물린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월에는 펜실베이니아주 셰이드 갭에서 쿠엔틴 렘스버그(19)가 이웃의 요청을 받고 방울뱀 잡는 것을 돕다가 머리 잘린 뱀에 왼손 집게손가락을 물렸다.
그는 3일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1주일 뒤 물린 부위가 화끈거리고 따가워 병원을 다시 찾았으며, 결국 괴저병으로 손가락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텍사스 A&M 대학 소동물임상의학과 수의사 크리스틴 럿거 박사는 머리 잘린 뱀에 물리는 것이 살아있는 뱀에 물린 것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미식축구 선수들이 마지막 공격 때 전력을 다하는 것처럼 머리 잘린 뱀은 가능하다면 독분비선을 모두 비우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