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충돌 피해야” 3시간 담판

미중 정상 “충돌 피해야” 3시간 담판

이경주 기자
입력 2022-11-15 00:36
수정 2022-11-1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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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진핑 첫 대면 정상회담

바이든 “北 책임있는 행동 촉구를”
시진핑 “대만 독립 절대 허용 안돼”
양국간 소통·협력 의지 밝혔지만
안보·경제 등 민감한 현안 입장차
웃으며 악수
웃으며 악수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양국은 경쟁이 충돌로 변하지 않도록 차이점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역사는 최고의 교과서로, 우리는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발리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회의를 가졌다. 3시간을 넘겨 끝난 회담에서 두 정상은 대만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차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처음 만난 시 주석에게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에 책임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열린 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시 주석에게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 제7차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도록 협조를 구했다는 의미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계속 이런(도발의) 길을 걸으면 (동북아) 지역에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존재’(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중국에) 전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역시 북한이 추가 (긴장) 고조 수단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대만 문제는 미중 정상의 가장 큰 대척점이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뒤에 낸 자료에서 “대만과 관련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대만 해협과 더 넓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미국의 반대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또 “신장, 티베트, 홍콩 등지에서 벌어지는 인권 우려도 광범위하게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언급하며 맞섰다. 특히 그는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며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안정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무역전쟁이나 기술전쟁을 일으키고 벽을 쌓고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규칙을 훼손한다. 그러한 시도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백악관은 “양 정상은 핵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며 (누구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에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중국은 그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는 점에서 근본적 입장차가 좁혀졌다기보다는 핵무기 사용 금지에 대해서만 국한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결정적인 결전보다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현안에 대한 대결 구도와 치열한 경쟁은 여전하나, 우발적 충돌은 막자는 공감대를 토대로 미중 간 소통이 재개됐다는데 의미를 둔 것이다. 양측은 이날 공동성명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냉전을 원치 않는다”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정상 간 논의에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양국 간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우리는 양국 지도자로서 미중 간의 차이점을 해결해 가면서 경쟁이 충돌 양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우리의 상호 협력을 요구하는 (기후변화, 식량 수급 불안정 등) 긴급한 글로벌 현안들에 대해 협력할 방안을 강구해 나갈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적, 범정부적으로 당신(시진핑 국가주석)과 소통 창구를 유지할 것이다. 양국이 함께 다뤄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도 미중 수교 후 50여년의 역사를 언급한 뒤 “역사는 최고의 교과서다. 우리는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미 관계가 직면한 국면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미 두 강대국의 지도자로서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하며 양국 관계를 위해 올바른 발전 방향을 찾고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11-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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