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창] 농촌유학, 도농 상생의 씨앗

[공직자의 창] 농촌유학, 도농 상생의 씨앗

입력 2025-06-27 00:05
수정 2025-06-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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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강원 양양군 남애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는 서울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곱 바퀴나 뛰었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한 학생의 표정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학교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서핑장도 보였다. 천연 잔디 운동장을 힘차게 뛰는 학생도 눈에 들어왔다. 도시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혹여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은 말끔히 사라졌다.

남애초등학교 전체 학생 43명 가운데 23명이 서울에서 농촌 유학을 온 학생이었다. 학생수가 늘어나면서 27년 동안 공석으로 있던 교감 선생님도 새로 부임했고, 학년별로 한 학급씩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농촌 유학을 통해 농촌 학교가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이다.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배움의 기회가 됐다는 반응도 많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21년부터 5년째 농촌 유학을 지속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서울 학생이 농촌으로 유학하는 프로그램이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학한다는 이촌향도 시대의 통념을 뒤집은 것이다. 전남도에서 시작해 전북도, 강원도로 확대됐고 올해 2학기부터는 제주도가 추가된다.

현재 서울 학생 376명이 농촌 유학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첫해 81명이었던 농촌 유학 참가자는 5년 만에 네 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모두 2227명의 서울 학생이 농촌 유학을 경험했다. 체류 비용은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지역 교육청이 분담해 지원한다.

농촌 유학을 경험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더 오랫동안 체류하기를 희망한다.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깊은 우정과 협력을 경험할 뿐 아니라, 학급당 학생수가 적어 교사들이 모든 학생에게 세심한 관심을 쏟는 맞춤형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도 농촌 유학의 매력으로 꼽힌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난해 만족도 조사에선 응답자의 89.6%가 유학 생활에 만족했으며 89.5%가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고 답했다.

농촌 유학은 가족 체류형·홈스테이형·유학센터형 등으로 나뉘는데 참가 학생의 86.3%가 가족 체류형을 택했다. 학생만의 유학이 아닌 가족 전체가 농촌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위기의 농촌 학교를 살리는 차원을 넘어 지역 공동체 전체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다. 올해 처음으로 농촌 유학생을 받는 제주도의 8개 초등학교에선 서울 학생과 가족을 맞이할 준비로 한창 들떠 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충남도를 비롯한 전국으로 농촌 유학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 해 참여 학생도 1000여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도권 대도시에선 인구 과밀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경쟁 과열, 양극화와 생태 위기를 걱정한다. 반면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에선 소멸의 위기를 염려한다. 농촌의 위기는 결국 미래 세대에게 전이된다. 농촌과 지방에 활기가 돌아야 수도권 생활도 숨통이 트인다.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길을 찾는 과제가 절박하다. 서울 학생의 성공적인 농촌 유학 경험은 이 같은 상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다음달 전남 구례군에서 농촌 유학을 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만날 예정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감이 커진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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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2025-06-2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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