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물가 시대 소비자 선택권 보장돼야

[기고] 고물가 시대 소비자 선택권 보장돼야

입력 2024-08-30 01:44
수정 2024-08-3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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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소비, 거지방, 무지출 챌린지.’

얼핏 듣기에 반짝 유행하는 신조어라 여길 수 있지만 이런 말들은 지속되는 고물가 시대가 주는 경제적 압박을 여실히 보여 준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 상승했다. 특히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0% 상승하며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수로 소비자의 물가 상승 체감도를 잘 보여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생필품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은행이 6월 18일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은 OECD 평균 대비 56%나 높은 수준이다. 의류와 신발의 물가는 각각 61%, 특히 티셔츠의 경우 OECD 평균의 약 2.1배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없이 물건을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구는 이미 일상이 돼 가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직구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동일한 제품을 국내 대비 최대 3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으며,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의 쇼핑 이벤트 혜택을 이용하면 추가로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해외직구로 직접 물건을 구매할 경우 보통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수입관세 및 부가세, KC 인증 획득 비용 등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해외직구가 국내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보다 평균 31.7%가량 저렴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외직구를 둘러싼 잡음 또한 적지 않다. 지난 5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던 정부의 해외직구 상품 KC 인증 의무화 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국내 기업은 물론 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의무지만, 해당 규제의 명분과 실효성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던 점이 많은 비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정부는 사흘 만에 이를 번복했다.

KC 인증 소동 당시 시민들은 직접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지나친 규제를 철회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만큼 이미 아마존이나 아이허브 같은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일은 단순 절약심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물론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풍족한 일상이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해외직구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온라인 이커머스 이용 경험이 있는 만 20~4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해외직구 플랫폼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로 ‘저렴한 가격’(88.2%), ‘새로운 또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70.6%)는 답변이 두드러졌다.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로 부상한 해외직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 산업 발전과 소비자 권익을 동시에 고려한 지속가능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해외직구가 일상화되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경직되고 편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기업 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선사할 것이다.

김태민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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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민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
김태민 (사)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
2024-08-30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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