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반딧불이 / 안재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반딧불이 / 안재찬

입력 2019-02-14 17:06
수정 2019-02-1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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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 안재찬

어머니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당신을 처음 고향 마을에 데리고 간 날
밤의 마당에 서 있을 때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 이마에 날아와 앉았지

그때 나는 가난한 문학청년
나 자신도 이해 못할 난해한 시 몇 편과
머뭇거림과
그 반딧불이밖에는
줄 것이 없었지

너무나 아름답다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해 줘서
그것이 고마웠지
어머니는 햇감자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반딧불이로 별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자란 고향에서는
반딧불이가 사람에 날아와 앉곤 했지
그리고 당신 이마에도
그래서 지금 그 얼굴은 희미해도
그 이마만은
환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지

-

한때 나는 반딧불이가 색색의 별처럼 반짝이는 인도의 시골 마을에 살았다. 가로수들이 일렬로 선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밤길을 걷고 있으면 원주민 마을의 소녀가 캄캄한 풀숲 속에서 튀어나와 나마스테! 인사를 했다. 소녀의 눈도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벽에 걸어 둔 외투에 반딧불이가 앉아 반짝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이 이가 나를 따라왔을까. 밤은 동화처럼 푸르고 꿈길은 포근했다. 안재찬의 필명은 유시화다.

곽재구 시인
2019-02-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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