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옥죄는 당국…조양호·조원태 경영권에 영향주나

한진家 옥죄는 당국…조양호·조원태 경영권에 영향주나

입력 2018-06-04 15:50
수정 2018-06-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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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조현아 모녀 법원·세관 출석…사법처리 임박

[제작 정연주] 사진합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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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조원태 ‘부정편입’ 현장조사…조양호 회장 ‘결단’ 가능성 주목

한진가(家)를 겨냥한 각종 불법·비위 관련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 부자(父子)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 파문 후 조현아·현민 자매가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현재 그룹에서 조 회장과 조 사장 부자만 경영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방위로 진행 중인 당국의 수사가 속도를 내며 가족들의 사법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자신이나 아들의 자리를 던져 나빠질 대로 나빠진 여론을 잠재우는 ‘결단’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4일 한진가는 모녀가 차례로 포토라인 앞에 서는 수모를 겪었다.

이날 오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구속 여부를 판단 받기 위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그는 평창동 자택에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하는 등 2011년부터 최근까지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 폭언·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이 받는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특수상해, 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 7가지에 달한다.

그의 구속 여부는 이날 저녁 늦게나 내일 새벽께 결정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번 ‘물벼락 갑질’ 사태 후 한진가에서 처음 구속자가 나오는 셈이어서 한진가에 미칠 충격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이사장은 폭력 혐의뿐 아니라 밀수, 탈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등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어 앞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혐의가 계속 추가될 전망이다.

이 전 이사장은 자신의 폭력 행위가 담긴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바로 다음 날인 4월 24일 일우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한진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이날 어머니보다 20분 먼저 피의자 신분으로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해외에서 구매한 개인 물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통해 몰래 국내로 들여온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전 부사장 소환을 두고 그동안 참고인 조사와 증거물 분석에 주력해온 세관이 자료 정리를 마치고 혐의 입증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지난달 24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의혹으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나와 조사받기도 했다.

이번 파문 이후 이날 두 번째로 포토라인 앞에 선 셈이다.

세관과 출입국 당국 등은 조 전 부사장뿐 아니라 이 전 이사장이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도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이날을 시작으로 한진가에 대한 소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실형을 살다가 2015년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며 석방된 전과가 있다.

‘땅콩회항’ 사건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조 전 부사장은 올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지만, 동생 조 전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한 달 만에 복귀가 없던 일이 됐고, 다시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신세가 됐다.

이날 사정의 칼날은 한진가 장남 조원태 사장을 향해서도 겨눠졌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조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조사반을 인하대로 보냈다.

조 사장은 1998년 학점 미달로 편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입이 이뤄져 당시 학교 직원이 징계를 받는 등 문제가 됐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판 지점에 덜 노출 됐던 조 사장마저 교육부가 20년 전 사건을 들춰내며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자 한진가에는 또 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

조 회장이 조 사장은 대한항공 후계자로 낙점, 경영 정점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흠집이 하나둘 더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만에 하나 조 사장이 비리 혐의로 대한항공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현아·현민 자매 부재와는 급이 다른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로썬 가능성이 작아 보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두 딸을 퇴진시켰듯 압박 수사와 나아지지 않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조 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리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일각에선 조양호 회장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놓는 모습으로 사태 수습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조 회장이 올해 일흔 살로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아내와 자식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가족과 가업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을 짜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하고,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등이 한진가 경영권 박탈을 위한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한 것도 이런 결심을 압박할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조 회장 등 최고위층이 어떤 결심을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당국의 수사·조사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내부에서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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