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7월 패키지’에 환율 담기나… 트럼프 “3~4주 내 끝낼 것”

한미 ‘7월 패키지’에 환율 담기나… 트럼프 “3~4주 내 끝낼 것”

이영준 기자
입력 2025-04-27 23:34
수정 2025-04-2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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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장관급 통상협의’ 이후

베선트 재무 “환율 논의” 얘기 꺼내
韓 고환율, 美 무역적자 확대 요인
기재부 “원화 절하 정책 어불성설”
“상당한 충격” vs “수출 문제 없어”

美 국정 평가 긍정 42%·부정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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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 참석해 상호관세 폐지 문제를 협의하고 26일 귀국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에게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영종도 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 참석해 상호관세 폐지 문제를 협의하고 26일 귀국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에게 협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영종도 연합뉴스


관세 문제를 논의하는 ‘한미 2+2 통상협의’ 테이블에 미국이 느닷없이 ‘환율(통화) 이슈’를 올렸다. 원화 가치 절상(원달러 환율 인하)을 ‘7월 패키지’의 협상 무기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2+2 장관급 통상협의’에서 미국의 90일간 상호관세(25%) 유예 기간이 끝나는 오는 7월 8일까지 ▲관세·비관세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대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별도로 환율을 논의하자”고 얘기를 꺼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대 ‘비관세 부정행위’ 중 첫 번째로 상대국의 ‘환율 조작’을 꼽았다. 향후 미국이 원화 평가 절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했는데도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된 상황과 맞물려서다.

고환율 상황에서는 미국에 수출된 한국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내려간다. 5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수출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면 수출 원가가 4만 1667달러이지만, 환율이 1400원이면 3만 5714달러가 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수출 기업은 대금을 원화로 환전할 때 이익이 늘어난다. 즉 한국의 고환율은 고관세 효과를 희석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늘리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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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단은 2+2 협의에서 최근의 고환율에 대해 정치적 불확실성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환당국이 고환율을 억제하려고 개입하면 했지 수출 실적을 늘리기 위한 ‘원화 절하’ 정책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세계를 상대로 환율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오는 6월쯤 발표할 환율보고서에 주요 무역 적자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해 화폐 절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 지난해 11월 낸 정책보고서와도 부합한다. 미란 보고서에는 ‘관세 부과→환율 절상 압박→통화 조정 합의→무역·안보 연계 압박’이라는 4단계 전략이 담겼다.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1단계 무기가 관세였다면, 2단계는 환율이라는 것이다. 환율 전쟁을 시작한다면 표적은 결국 중국이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인위적으로 원화 강세를 만들라고 요구할 만한 시대가 아니긴 하지만, 실제 요구한다면 상당한 시장 충격이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근 수출에서 환율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면서 “관세 25% 기준으로 환율이 1300원대까지 내려가도 수출 경쟁력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미는 이번 주부터 실무협의에 나선다. 30개월 미만 소고기와 유전자변형생물체(GMO) 농산물 수입 제한,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도 다뤄진다. 미국은 협상에 속도를 내려 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새달 15~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3~4주 안에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한국은 최종 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뉴욕타임스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42%, 부정 평가는 54%로 조사됐다. ‘경제가 개선됐다’는 답은 21%에 그쳤다.
2025-04-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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