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달렸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K반도체 위기냐 기회냐…14개월째 적자에 더 어려워진 수출 해법

“한국에 달렸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K반도체 위기냐 기회냐…14개월째 적자에 더 어려워진 수출 해법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5-23 22:58
수정 2023-05-2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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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K반도체… WSJ “한국 미묘한 상황에 처해”

中, 美 반도체 마이크론 판매금지에
마이크론 메우자니 동맹 美 눈치
中에 공급 않자니 수출 더 큰 늪
정부, 적극 대응 없이 입장 신중
전문가 “초격차 기술 개발해야
中 추격 대비 점유율 유지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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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본체 기판에 배치되어 있다. 2023.3.6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자료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본체 기판에 배치되어 있다. 2023.3.6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자료
중국의 자국 내 마이크론 제재는 한국 반도체 산업계에 ‘호재’가 될 수도, ‘악재’로 돌변할 수도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엔 ‘위기 요인’일 수도, ‘기회 요인’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반도체 산업 정책을 세우는 정부 입장에선 ‘냉정’을 유지하며 관전하기도, ‘열정’을 갖고 적극 대응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G2 반도체 전쟁에 낀 한국기업 딜레마
中 점유율 확대 속 美 시장은 악재

“삼성·SK 등 피하기 쉽지 않을 듯
中 제재 성공 여부 한국에 달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제재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중국이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한 뒤 한국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나온 대체적인 평가들이다. 미중 간 경쟁이지만, 중국이 마이크론을 대체해 반도체를 공급받을 최적의 대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에 반도체 수출을 하는 동시에 반도체 공장도 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판매금지 제재에 대해 “한국이 미묘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중국 내 마이크론의 문제를 한국의 삼성전자과 SK하이닉스가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반도체 업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마이크론 (판매)금지 조치가 중국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국 및 동맹국과의 공급망 격차가 더 벌어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고려 없이 본다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 내 제재 조치는 한국산 반도체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늘릴 기회다. 지난달까지 14개월째 무역적자를 기록한 한국의 수출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포기하기 아까운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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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기술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하는 상징하는 그래픽. 연합뉴스 자료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기술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하는 상징하는 그래픽. 연합뉴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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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63조74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5746억원으로 86.1% 줄었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무려 4조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3.4.27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실적을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4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63조74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 순이익은 1조5746억원으로 86.1% 줄었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무려 4조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3.4.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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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쇼크’ SK하이닉스, 2개 분기 적자만 5조
‘반도체 쇼크’ SK하이닉스, 2개 분기 적자만 5조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올해 1분기에만 3조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0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2조8639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3.4.26 연합뉴스
“美, 미중갈등 속 제3국 성장 경계”
“中 공급 확대 인상 안 주게 수급 조절을”
그러나 한국산 반도체가 중국에서 마이크론 대체 물량으로 투입된다는 건 ‘경제안보’를 첫발부터 포기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11%에 불과한 마이크론의 현지 매출 4조원(2021년 기준)을 가져오겠다고 동맹국인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셈법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은 제3국이 미국의 중국 타격을 무력화시키고 미중 갈등 틈에 기회를 누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마이크론 제재로 중국 기업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었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기업들은 수급 조절을 하며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상대국 기업을 규제하는 일들은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中 반도체 기술, 마이크론 대체 불가”
“D램 中 기술력 현저히 낮아 영향 없어”
삼성전자 등이 ‘미국과의 의리’를 생각해 중국에 반도체 대체 물량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마이크론 빈자리를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등 자국 기업 위주로 채워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YMTC가 기술 역량을 몇 단계 높여야 마이크론이 떠난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도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 반도체는 마이크론이나 한국 반도체를 대체할 수 없는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의 낸드플래시는 최소 2~3년, D램은 5년 정도 우리와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어 단기적으로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이 아닌 국가의 개입으로 판도가 마구 바뀔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미중 동향을 신속히 확인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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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반도체
D램 반도체 D램 반도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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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수입액 추이
미국 반도체 수입액 추이
정부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술이 미국이나 한국에 뒤처지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이 반도체 산업의 역량 강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반도체 기술은 단시간 내 극복가능한 기술이 아닌 시간과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으로 지금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의 급격한 성장을 추론하기에는 변수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FT “한국정부, 반도체 기업에 신호”
정부 “그런 적 없어” 공식 입장문
전날 중국의 조치가 나온 뒤 한국 정부의 행보도 신중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의 전날 발언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시장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전하자, 산업부는 2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입장문에서 산업부는 “(장 차관의 발언은) 기업들이 대응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으로 정부가 대응 계획을 밝힌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우리 기업에 일차적으로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사업을 하니 양쪽을 감안해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국 외면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탈중국을 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등 원론적인 발언을 이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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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답변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5.2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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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0일 수출 16.1% 감소…무역적자 43억달러
5월 1∼20일 수출 16.1% 감소…무역적자 43억달러 2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4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1%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43억4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는 295억48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23.5.22 연합뉴스
한국의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4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져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62% 수준인 295억 4800만 달러에 달한 상태다. 여기에는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 하락과 1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대중 수출 감소세가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에도 -31.8%로 7개월째 줄었다. 통계청과 관세청은 이날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 기업이 2만 8370개로 1년 새 6.1%로 줄어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554억 달러로 4.5% 감소했으며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8%로 역대 가장 작았다.

“좋은 제품 싸게 공급하는 한국 기업에
미중의 정치적 압박, 전 세계에 불이익”
전문가들은 중국의 맹추격 속에 미국 반도체 장비를 쓸 수밖에 없다면 초격차 기술개발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 중국과 미국 내 공장이 다 있어서 양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업은 기술격차를 더 벌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정부 역시 위기 상황에서 초격차 기술개발과 생산투자,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마이크론의 경우 중국의 보복성 측면이 크지만 미중은 반드시 생존을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군사용과는 전혀 무관한 D램 등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입각한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이 자신들의 내부 정치적 계산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는 건 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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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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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다. 2022. 05. 20.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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