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문정동 무허가 ‘개미마을’ 르포/“개발도 좋지만 우린 어디로 가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무허가 ‘개미마을’ 르포/“개발도 좋지만 우린 어디로 가나”

입력 2004-01-29 00:00
수정 2004-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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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으면 여기 들어왔겠어? 개발도 좋지만 어디로 가란 말이야.”

김정임(91) 할머니는 땅이 꺼질 듯한 한숨과 함께 신세타령부터 한다.할머니는 서울시가 오는 2007년까지 대규모 상업단지로 조성하겠다며 청사진을 내놓은 송파구 문정동 무허가 비닐하우스촌,‘개미마을’ 주민이다.

김 할머니는 “살 곳을 찾아 헤매다 이곳에 들어온 지도 10년이 넘었다.”면서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성화도, 이사할 필요도,방세를 낼 걱정도 없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버지는 몸이 아파 누워있고 어머니가 비닐하우스 농사일을 도와 5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박형진(12)군은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집이 물에 잠기기 일쑤”라면서 “여기가 개발되면 우리집도 새로 지어주나요?”라고 물었다.

●비닐하우스촌 5곳에 350여 가구 1000여명 거주

서울시가 올해 문정지역에 대한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 토지보상 및 건축공사에 착수한다고 하니,김 할머니를 비롯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당장 내년부터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판이다.

문정지역 비닐하우스촌은 97가구 284명이 거주하는 개미마을을 비롯해 새마을,문정작목반,장지마을,장지작목반 등 5곳에 모두 350여가구 1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무허가 건축물 이주 지원 못받아

문제는 대부분 생산녹지(농토)인 이 지역에 무허가로 만든 비닐하우스의 경우 거주자들에 대한 이주지원 근거가 없다는 데 있다.‘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시행자가 토지 및 허가건물 소유자에게 이전비·이사비·이주정착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무허가 건물이나 비닐하우스와 같은 무허가 가설건축물은 지원대상이 아니다.

서울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을 개발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주지원 여부를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면서 “다만 해당 구청에 등재된 무허가 건물은 허가건물에 준해 보상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해석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송파구청 관계자도 “무허가 건물의 경우 개발에 따른 보상을 보다 엄격히 적용해 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소외계층에 임대주택 지원자격 줘야”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다시 떠돌이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김한수 개미마을 자치회장은 “도시개발사업이 주로 저소득층이 사는 낙후지역에서 이뤄지는 만큼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문제를 법적으로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이주비 몇푼보다 안정적인 삶의 보금자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자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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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기자 shjang@
2004-01-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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