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신생아 치료·응급환자 폐암판정…의사 뺨친 가짜의사

10개월간 신생아 치료·응급환자 폐암판정…의사 뺨친 가짜의사

입력 2004-01-26 00:00
수정 2004-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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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 출신의 ‘가짜 의사’가 버젓이 병원 응급실 당직의사 행세를 하며 1000명 가까운 환자에게 진료 및 수술을 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수련의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중소형 병원의 경우 응급실 당직의사를 구하기 힘든 현실에 비춰 이같은 ‘가짜 의사’가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지검 형사2부(부장 金炳華)는 25일 의사라고 속이고 서울 성북구 S병원에 취업,응급환자들을 상대로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한 가짜 의사 박모(53)씨를 보건범죄단속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간호조무사 자격밖에 없는 박씨는 지난해 2월 모 의사 소개업체를 통해 S병원에 취업,같은 해 12월까지 응급환자 974명을 상대로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교통사고로 골절이 돼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수술 및 깁스를 해주는 등 진짜 의사 뺨치는 ‘실력’으로 의사 등 병원 직원들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살배기 신생아에 대한 치료는 물론 심지어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폐암 진단을 내리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은 위조된 자격증 사본을 보여준 박씨의 의사 신분을 의심하지 않은 채 시간당 2만원 정도를 주기로 하고,박씨를 일종의 ‘아르바이트 당직의사’로 고용했다.박씨는 또 ‘그 나이에 왜 당직의사를 전전하느냐.’는 병원측 질문에 “IMF때 병원이 망해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비켜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덜미를 잡힌 것은 검찰의 폭력사건 수사가 계기가 됐다.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을 수사하다 진단서 내용과 피해자의 실제 다친 부위가 다른 점을 이상히 여긴 검찰은 병원측으로부터 진료기록부를 넘겨받아 검토하던 중 기록이 너무 부실해 담당의사였던 박씨를 소환,조사한 끝에 가짜 의사 행세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씨가 병원에 취업하기 전 의사를 고용,직접 소규모 병원을 운영했다는 첩보를 입수,박씨의 집을 압수수색한 끝에 다량의 의료기구 등을 찾아냈다.또 서울시내 10여개 소개업체를 통해 병·의원에 취업한 의사들 중 박씨와 같은 가짜 의사가 없는지 확인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중보건의·군의관 등의 일반병원 당직근무를 엄격하게 단속,병원마다 응급실 당직의사를 구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김모(40)씨는 “응급실을 갖춘 준종합병원이나 큰 개인병원의 경우 수련의가 없는 데다 공중보건의들을 고용할 수도 없어 구인난이 심각하다.”면서 “이들 병원에서는 과장들이 돌아가면서 응급실 당직을 서는데 귀찮고 피곤하니까 상당 부분 아르바이트를 고용,대체인력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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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김재천기자 stinger@
2004-01-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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