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셋째 아이

[씨줄날줄] 셋째 아이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4-01-15 00:00
수정 200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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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병들고 지쳐 천수도 누리지 못하고 꺼져간 여인의 삶.‘산아제한운동’의 선구자 마거릿 생어의 신념은 이런 어머니의 가련한 임종을 지켜보며 비롯되었다.20세기 초부터 여성들에게 피임법을 보급하기 시작한 생어는 ‘풍속교란방지법’으로 기소되기도 하고 인구가 줄면 나치에 대항할 군인숫자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테러 위협을 받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을 권리를 쟁취하는 것만이 여성이 자기 몸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마침내 1952년 국제가족계획협회 초대 회장이 된 그녀는 1960년 산하 연구소를 통해 먹는 피임약을 개발함으로써 여성의 몸을 임신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켰다.

개발경제 시대 인구폭발의 우려 속에 전 세계로 번진 산아제한운동에서 한국이 최우등생으로 우뚝 선 것은 알려진 대로다.1960년대 초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에서 시작,198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한 자녀 갖기’운동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캠페인의 결과 이제는 인구 부족을걱정하게 된 것이다.2002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기는 49만 2000명,사상 최초로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수(출산율)는 세계 최저 수준인 1.17명으로 이대로 가다간 국가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란 걱정이다.아이울음소리를 듣기 어렵다는 농촌 등 지자체는 다산왕 뽑기대회,출산수당 지급 등 갖가지 출산장려 정책수립이 한창이다.마침내 최고 인구를 자랑하는 서울시까지 이에 가세했다.셋째 아이 이상을 보육시설에 맡길 경우 보육비 전액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보육비 지원은 1회성 출산장려금보다는 훨씬 큰 효과를 낼 것이 분명하다.그러나 이런 지원 정책들만으로 출산율을 눈에 띄게 높일 수 있을까.

오늘날 출산 장려정책이 다분히 경제적 요청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문제를 푸는 방법도 단순히 경제적이어야 할까.서울시의 ‘셋째 아이’정책을 보면서 생어를 떠올리는 이유이다.생어의 산아제한 운동은 여성을 ‘출산기계’쯤으로 보던 시대,여성의 인권 의식에서 시작되었다.이 시대에 다시 펴는 출산 관련정책이라면 생어의 시대보다 훨씬 총체적 접근이어야 하지 않을까.단순한 경제 지원책보다 정치,사회,교육 등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여성정책으로서의 출산 장려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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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위원

2004-01-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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