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해결사 노릇” 산업은행 정체성 논란

“부실기업 해결사 노릇” 산업은행 정체성 논란

입력 2004-01-13 00:00
수정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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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사태를 계기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산은이 또다시 정부 압력에 의해 부실기업 처리의 해결사 역을 떠맡으면서 완전 또는 부분 민영화를 포함,산은의 기능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하이닉스등 3조 이어 LG카드 1조

금융계는 “LG카드 사태 해결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산은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지난해 12월 LG카드에 1차로 3000억원 가량을 지원한 데 이어 이번에 추가로 5674억원을 투입하게 됐다.

현재 확정된 추가 유동성 지원액이 최고 125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전부 다 하면 최고 1조원에 이른다.정부의 압력 때문에 ‘총대’를 멨기 때문이다.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2000년 5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대우증권을 억지로 인수했고,2001년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현대건설·쌍용양회 등에 3조원 가량을 지원했다.

●기업시설자금 지원 취지 어긋나

산은은 1954년 기업들에 장기 시설자금을 지원해줄 목적으로 세워졌다.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원래의 설립 취지는 크게 퇴색했다.금융채 발행의 보편화로 시중은행보다 유리한 점도 없다.지금은 소매고객까지 상대하는 등 업무영역 측면에서 일반 은행과 다를 게 없다.올해의 경우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대출 비중이 60% 대 40%일 정도로 시설자금 지원 역할이 줄어들었다.산은은 이런 점을 감안,‘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투자은행’으로 발전 방향을 잡고 있다.

●다시 민영화 전환 필요성 대두

그동안 산은 안팎에서는 일반 상업은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지난 97년 환란이 터지고 난 뒤 금융시스템 안정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국책 금융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위상 재검토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국민세금으로 설립된 산은이 언제까지 민간기업의 손실을 떠안아야 되느냐는 것이 핵심이다.한국은행 관계자는 “국가차원에서 시설자금을 지원할 필요성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상업은행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는 “산은처럼 장기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관은 필요하다.”면서도 “지금의 산은은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책적인 역할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일반 금융기관으로 따로 떼어내는 방식의 민영화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2004-01-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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