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나무랄 일 없이 잘 자란 고3 딸아이가 제 엄마와 대판 싸움을 벌였다.장애인 단체에 틈틈이 자원봉사를 나가면서 삶의 고달픔,어둠에 눈을 뜨게 된 딸애가 서울시내 한 절을 찾으면서다.아이는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벽안의 스님이 들려주는 철학설법이 너무도 좋았다.하지만 대입수험일을 앞두고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하던 제 엄마는 그게 서운했던 모양이다.아까운 시간에 왜 하필 절이냐고 아내는 분해했다.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고3 여름,왜관의 한 수도원으로 한달이나 잠적해 지금은 늙으신 부모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던 기억이 난다.딸의 모습에서 30년전의 나를 본다.순수했던 영혼.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나를 회상하면 행복해진다.
김충수신부는 강론집 ‘내가 지금도 사제로 사는 이유’에서 좋은 신부가 되겠다는 어린시절 자신과의 약속을 33년의 사제생활 동안 잊지 않으려 했다고 썼다.중1 때 신학교에 들어갔으니 50년째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아내가 뭐라 하든 나는 딸아이가 지금의 초심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고3 여름,왜관의 한 수도원으로 한달이나 잠적해 지금은 늙으신 부모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던 기억이 난다.딸의 모습에서 30년전의 나를 본다.순수했던 영혼.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나를 회상하면 행복해진다.
김충수신부는 강론집 ‘내가 지금도 사제로 사는 이유’에서 좋은 신부가 되겠다는 어린시절 자신과의 약속을 33년의 사제생활 동안 잊지 않으려 했다고 썼다.중1 때 신학교에 들어갔으니 50년째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아내가 뭐라 하든 나는 딸아이가 지금의 초심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2004-01-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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