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문위원 칼럼] 다시 난 ‘서울신문’에 바란다

[편집자문위원 칼럼] 다시 난 ‘서울신문’에 바란다

이재진 기자 기자
입력 2003-12-30 00:00
수정 200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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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대한매일이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바꾼다고 하니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하나는 대한매일이란 제호로 표방해 온 강소지(强小紙)와 독립신문으로서 이미지의 퇴색이다.즉,보수적 신문들과 차별되는 성격을 표방하던 신문이 예전의 정부기관지적 성격으로 원대복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물론 서울신문이 대한매일보다 인지도에서 앞선다는 조사도 있고,복귀해서도 대한매일의 정체성을 계승하겠다는 다짐도 있지만 대한매일이 표방해 온 프랑스의 르몽드와 같은 성격의 신문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서울신문으로의 복귀는 최근 언론산업 변화의 판도를 잘 읽은 판단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신문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언론이 앞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들 중의 하나가 바로 특화된 신문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어떤 신문은 성격이 보수적이고,어떤 신문은 정보가 많은 신문이고,어떤 신문은 진보적일 수 있는 만큼,또 어떤 신문은 정부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전달하는 신문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언론산업,특히 신문산업의 경우 ‘모델링 이론’이 적용된다.즉,큰 신문사가 어떤 경영형태나 편집방향,그리고 내용의 성격을 결정하면 후발주자인 작은 신문사들은 이들 큰 신문사들을 모델로 삼아서 유사한 형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작은 신문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색을 유지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생존의 근간이 된다.왜냐하면 신문이 비슷비슷한 경우 독자들은 대개 부수가 많은 신문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새로운 서울신문이 좀 더 친근한 내용으로 채워졌으면 한다.무엇보다도 ‘독자의 소리’란이 확대개편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지난주 대한매일의 경우 많아야 하루에 2건 정도,그리고 아예 안 실리는 날도 있었다.이는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없거나 반응이 있다고 하더라도 독자의 소리에 신문이 너무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태도 때문인지도 모른다.신문의 성공여부는 결국 ‘충성스러운 독자를 얼마나 확보하는가’ (retain loyal customers)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서울신문이라 하면 여전히 딱딱한 느낌이 든다.따라서 인간적 냄새가 느껴지는 기획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최인호의 소설 ‘유림’과 조정래의 칼럼,박완서의 산문,그리고 종교인들이 쓰는 칼럼은 발 빠른 기획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이와 더불어 정치,경제,사회와 같은 하드 뉴스보다는 주변의 환경감시적 정보를 많이 전달하고 계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특히 무심코 넘기다가 대형사고로 발전하는 위험성을 미리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의 미비점과 문제점들을 지적해 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서울신문으로 거듭 태어나는 대한매일은 정부관련 정보 등 공적인 정보를 여타 언론보다 많이 다루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근함이 느껴지는 정보들을 균형 있게 전달해야 하며 주변의 안전점검 장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 참신한 기획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며 독자들이계속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남아있도록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재 진 한양대교수 신문방송학
2003-12-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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