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老母 봉양

[씨줄날줄] 老母 봉양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2003-12-18 00:00
수정 200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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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족윤리의 모범을 보인 도덕국가였다.부모를 공경하고 봉양하는 효를 가장 모범적으로 실천해 왔다.효라는 인본주의 덕목은 자랑스러운 전통이었다.많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의 ‘효 문화’에 경의를 나타냈다.그러나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 등의 사회변화 속에 아름다운 전통도 퇴색하고 있다.정성을 다해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하던 효도는 이제 전설이 되는 듯하다.

노부모 봉양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사회문제화하고 있다.법원이 나서 갈등을 조정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춘천지법 영월지원 가사합의부는 16일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76세의 어머니를 위해 삼형제가 나누어 부양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큰아들은 100만원 둘째와 셋째 아들은 각각 50만원씩 매월 어머니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지난 11월에는 상속만 받고 부모를 봉양하지 않은 자식에게 상속 재산을 부모에게 돌려주라는 판결도 있었다.

지금의 노인들은 한국전쟁 등 사회의 격랑을 힘겹게 헤쳐 나오면서도 부모를 잘 모셨다.많은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고 굶주리면서도 교육시켰다.그들은 자식 교육과 부모 봉양이라는 힘겨운 이중 일을 해온 세대다.그들에게는 모진 세월이었다.그 세월 속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다.그들의 황혼이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그들의 황혼 인생은 불행하다.

그들의 불행은 두겹이다.불행한 시대를 살았고,지금은 자식들에게 부담스러운 천덕꾸러기 신세라는 또 다른 불행을 겪고 있다.법원의 갈등 조정 판결을 받은 노모의 생활도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노모를 잘 모시지 않은 삼형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그렇지만 그들에게 자신있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부모 모시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20여년후에는 노인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노인문제를 효라는 미명아래 개인에게만 부담지울 수는 없다.그렇다고 국가에서 모두 책임질 수도 없다.개인과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질 문제다.누가 책임을 맡든 그 밑바탕에는 효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그런데 그 효의 정신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다.사람은 누구나 다 늙는데….

이창순 논설위원
2003-12-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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