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중 시 / 이영경 그림 창비 펴냄
지난 9일 타계한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동시집이 나왔다.
창비에서 펴낸 ‘넉점 반’(이영경 그림)은 선생의 1940년 작품.우리의 토속정서가 마디마디에서 배어나오는 시어(詩語)들이 천진하기 그지없다.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시냐구요.”/“넉 점 반이다.”/(…)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물고 니나니 나니나/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넉 점 반’이란 4시 반이란 뜻.시계가 귀했던 시절.몇시나 됐는지 물어보고 오라는 엄마의 말에 담뱃가게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깡똥한 통치마 저고리에 까만 고무신을 신은 아이는 돌아오는 길에 그만 한눈을 팔고만다.물먹는 닭도 보고,한길에 쭈그려 앉아 줄지어가는 개미떼도 관찰하고,고추잠자리를 좇아 타박타박 들판길을 따라걷고….까무룩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른다.
옛 시골풍경을 정답게 되살려낸 수채화에운치가 남실댄다.강렬한 이미지의 번역 그림동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아주 색다른 책읽기가 될 것 같다.3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
지난 9일 타계한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동시집이 나왔다.
창비에서 펴낸 ‘넉점 반’(이영경 그림)은 선생의 1940년 작품.우리의 토속정서가 마디마디에서 배어나오는 시어(詩語)들이 천진하기 그지없다.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시냐구요.”/“넉 점 반이다.”/(…)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물고 니나니 나니나/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넉 점 반’이란 4시 반이란 뜻.시계가 귀했던 시절.몇시나 됐는지 물어보고 오라는 엄마의 말에 담뱃가게 할아버지를 찾아가는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깡똥한 통치마 저고리에 까만 고무신을 신은 아이는 돌아오는 길에 그만 한눈을 팔고만다.물먹는 닭도 보고,한길에 쭈그려 앉아 줄지어가는 개미떼도 관찰하고,고추잠자리를 좇아 타박타박 들판길을 따라걷고….까무룩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모른다.
옛 시골풍경을 정답게 되살려낸 수채화에운치가 남실댄다.강렬한 이미지의 번역 그림동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아주 색다른 책읽기가 될 것 같다.3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
2003-12-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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