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평범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얼핏 보기에도 현재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전임 거스 히딩크 감독에 비해 대단히 열악한 상황에서 국가대표팀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의 국제적인 위상으로 보나 국내외 프로팀에 진출해 뛰고 있는 가용(加用) 자원(선수들)으로 보나 지금이 히딩크 부임 당시보다 훨씬 유리한 여건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그러나 내가 열악한 환경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선수나 팬들이나 주무기관인 축구협회가 갖고 있는 위기감의 정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의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에는 시드니올림픽 예선 탈락,아시안컵 3위 등 형편없는 성적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축구,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그러나 코엘류는 모든 사람들이 ‘월드컵 4강’이라는 환상으로 들떠 있는 가운데 지휘봉을 쥔 것이다.위기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공적인 경영혁신의 제1단계는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흔히 기업경영에서 위기라고 얘기하면 ‘부도 직전의 위태로운 상태’만을 떠올리기 쉽다.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미시적이고도 사전적인 풀이다.국제적으로 위기관리를 잘 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도요타의 경우 1년 매출액만큼의 현금 자산을 보유한 상황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오랜 시간 고요함을 즐기면서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가끔씩 깨어나 급하게 무엇인가 해보려는 20세기형 기업경영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경영 혁신 전문가인 존 코터의 얘기다.
“빨라지는 외부환경의 변화속도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가자면,위기의식을 항상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효율적인 위기감 조성을 위해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열린 경영이다.위기의 내용과 원인을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고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동참을 유도할 수 없는 것이다.생산현장의 근로자들을 도외시한 채 간부들끼리 서류철을 들고 뛰어다니며 ‘급하게 무엇인가 해보겠다.’며 긴급회의를 열고 부산을 떨어봤자 근로자들에게는 ‘당신들의 위기’에 지나지 않는다.위기의 실상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구체적인 극복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해야 한다.그 다음 그 위기를 넘어섰을 때 맞이할 성과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나서 구성원 각자의 동참을 설득해야 한다.막연하게 ‘회사가 어려우니까 이만큼 희생하고 인내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키는 내가 알아서 잡을 테니 너희들은 잔말 말고 노만 열심히 저으라.’고 얘기하는 것과 진배없다.선원들 모두가 기상은 어떠한지,풍랑을 헤쳐 나가자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어떤 항로로 얼마나 항해해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며,목적지에 도달하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알고 항해하는 배는 훌륭한 성과를 거둘 것이다.그렇지만 정처를 모른 채 시키는 대로 노 젓는 노역을 수행하는 선원들이 탄 배는 앞서가는 배를 따라잡을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영 책임자를 비롯한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역설적으로 말하자면,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직후야말로 한국 축구에 위기감이 실종된,‘위기감의 위기’였다고 볼 수 있다.위기임에도 위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야말로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구성원 모두가 위기를 공감했다면 혁신의 5부 능선은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서 두 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한국 축구의 국제적인 위상으로 보나 국내외 프로팀에 진출해 뛰고 있는 가용(加用) 자원(선수들)으로 보나 지금이 히딩크 부임 당시보다 훨씬 유리한 여건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그러나 내가 열악한 환경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선수나 팬들이나 주무기관인 축구협회가 갖고 있는 위기감의 정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히딩크가 한국 축구의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에는 시드니올림픽 예선 탈락,아시안컵 3위 등 형편없는 성적으로 만신창이가 돼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축구,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었다.그러나 코엘류는 모든 사람들이 ‘월드컵 4강’이라는 환상으로 들떠 있는 가운데 지휘봉을 쥔 것이다.위기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성공적인 경영혁신의 제1단계는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흔히 기업경영에서 위기라고 얘기하면 ‘부도 직전의 위태로운 상태’만을 떠올리기 쉽다.그러나 그것은 대단히 미시적이고도 사전적인 풀이다.국제적으로 위기관리를 잘 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도요타의 경우 1년 매출액만큼의 현금 자산을 보유한 상황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오랜 시간 고요함을 즐기면서 자만심에 빠져 있다가 가끔씩 깨어나 급하게 무엇인가 해보려는 20세기형 기업경영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경영 혁신 전문가인 존 코터의 얘기다.
“빨라지는 외부환경의 변화속도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가자면,위기의식을 항상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효율적인 위기감 조성을 위해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열린 경영이다.위기의 내용과 원인을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고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동참을 유도할 수 없는 것이다.생산현장의 근로자들을 도외시한 채 간부들끼리 서류철을 들고 뛰어다니며 ‘급하게 무엇인가 해보겠다.’며 긴급회의를 열고 부산을 떨어봤자 근로자들에게는 ‘당신들의 위기’에 지나지 않는다.위기의 실상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구체적인 극복방안을 단계별로 제시해야 한다.그 다음 그 위기를 넘어섰을 때 맞이할 성과까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나서 구성원 각자의 동참을 설득해야 한다.막연하게 ‘회사가 어려우니까 이만큼 희생하고 인내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키는 내가 알아서 잡을 테니 너희들은 잔말 말고 노만 열심히 저으라.’고 얘기하는 것과 진배없다.선원들 모두가 기상은 어떠한지,풍랑을 헤쳐 나가자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어떤 항로로 얼마나 항해해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며,목적지에 도달하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알고 항해하는 배는 훌륭한 성과를 거둘 것이다.그렇지만 정처를 모른 채 시키는 대로 노 젓는 노역을 수행하는 선원들이 탄 배는 앞서가는 배를 따라잡을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영 책임자를 비롯한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역설적으로 말하자면,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직후야말로 한국 축구에 위기감이 실종된,‘위기감의 위기’였다고 볼 수 있다.위기임에도 위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야말로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구성원 모두가 위기를 공감했다면 혁신의 5부 능선은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서 두 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2003-12-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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