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시와 수능

[씨줄날줄] 사시와 수능

최홍운 기자 기자
입력 2003-12-04 00:00
수정 2003-12-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3일자 대한매일 1면은 ‘사시 2차 과락사태’와 ‘수능…평균 18.6점 상승’이란 제하의 두 기사가 나란히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그런데 관련 사진의 학생들 표정이 어둡다.2004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고3학생 4명 가운데 3명이 침울하거나 울고 있고 한 학생만 웃는다.전체 평균 점수가 올랐는데도 고3교실에서 우는 학생이 더 많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지난해와 같이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평균 인문계는 27.4점,자연계는 무려 46.3점이나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성적표를 받아든 순간 재수 학원행을 결심한 학생이 부지기수라는 기사도 사회면을 덮고 있다.공교육 붕괴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사법시험과 대학 수학능력시험.법조계 진출을 바라거나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그러나 사시 과락사태와 공교육 붕괴라는 결과를 낳은 원인과 배경은 다르다.우선 사시 과락사태는 1995년까지 300명을 뽑다가 1996년 이후 해마다 약 100명씩 증원 선발함으로써 실력이 점차 떨어진 경향도 있지만 법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응시자들의 잘못이 더 크다.요즘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기본 교과서를 중심으로 체계적,입체적으로 공부하기보다 예상문제 중심의 요약서로 공부하기 때문에 법학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출제당국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이번 사시 2차 시험문제는 이미 출제됐거나 대학교 시험과 학원가 예상문제를 배제하고 기본 이론에 충실한 문제 위주로 출제됐다는 설명이다.

대학 수능시험은 이와 사정이 사뭇 다르다.‘교과서 중심의 학교교육에 충실한 학생이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출제위원들의 얘기를 믿고 공부했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당장 이번 수능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이른바 ‘장판’이라는 사설 학원들의 배치표를 갖다놓고 아무리 들여다 봐도 막막하기만 한 고3학생들의 애간장이 타 들어간다.오죽하면 지방 교사가 학생들을 데리고 서울 학원가로 원정오겠는가.어느 인터넷학원의 예상 지문이 그대로 인용되고,학원에서 강의했던 사람이 출제위원이 되는 마당에 학교에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사법시험과 학교 밖으로 내모는 수학능력시험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최홍운 논설위원실장

2003-12-04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이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