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편지

[길섶에서] 편지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3-12-03 00:00
수정 200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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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한 모퉁이에는 생일 때마다 아들 두 녀석이 보낸 편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년에 한차례씩 보낸 편지들이다.한결같이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착한 아들이 되겠다.”며 다짐하는 내용들이다.그리고 두 녀석은 한번도 빠짐없이 편지 끝에는 커다란 ♡ 표시와 함께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로 맺는다.

읽고 또 읽어도 싫지 않은 것을 보면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인가 보다.그러고 보니 군에서 편지를 보낸 이후 나는 한번도 부모님에게 편지를 쓰지 않은 것 같다.1∼2주에 한번 전화하는 것이 고작이다.습관적으로 안부를 묻곤 끊는다.그러나 정작 전화를 받는 순간 팔순에 가까운 부모님이 심하게 앓고 계셨다는 사실은 훨씬 후에야 듣는다.객지에 있는 아들이 걱정할까봐 알리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아들 녀석이 올해 아빠 생일선물을 무얼로 할까 하고 묻는다.“당연히 편지를 보내야지.”하면서도 내심 불편하다.내가 아비로서 누리는 행복을 부모님께 해드리지 못하는 탓이리라.

우득정 논설위원

2003-12-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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