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3년생인 아들 녀석이 오늘 따라 유난히 수다스럽다.아들의 표현에 따르면 양아치와 날라리들이 모두 특차 모집하는 특정 고교를 지원했다는 것이다.지원 이유는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는 그 학교의 교복이 멋있기 때문이라나.이따금 눈에 띈 그 학교 학생들의 교복은 훨씬 세련되게 보였을 뿐 아니라,특히 여학생 교복의 치마는 다른 학교에 비해 유난히 짧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들 녀석은 그 학교를 지원한 날라리들이 평소 교실에서도 느끼할 정도로 멋을 부린다며 연신 흉을 보면서도 날라리들의 꽁무니를 쫓아간 양아치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운 모양이다.하긴 어느날 교복 바지를 쫄바지처럼 몰래 줄여온 아들 녀석도 아버지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린답시고 등굣길에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 입은 여학생들이 학생부장에게 걸려 혼쭐났다고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았던가.
예나 지금이나 획일화된 교복에 변화를 가해 기성 권위에 도전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30년 전에는 나팔바지에 바짓단을 늘어뜨려 길바닥의 먼지를 쓸고 다니는것이 유행이었는데,요즘은 실밥이 터질 정도로 교복을 최대한 줄여 입는 것이 ‘짱’이라고 한다.‘연예인 따라하기’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우리네 젊은이들이 숨막힐 듯한 교복으로 입시의 중압감을 표출한다는 다소 학구적인 해석도 있다.모든 중·고교의 교칙이 두발과 교복의 길이,양말 색깔까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해석도 일리는 있는 듯하다.
여성부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열어 여학생에게 치마 교복만 입게 한 규정은 남녀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치마와 바지 교복을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한다.치마 교복을 강요하는 것은 전근대적 의식의 반영이자 여학생의 행동과 태도를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하지만 겨울 추위를 치마 교복으로 견뎌야 하는 고통이나 못생긴 다리를 감추려는 여학생의 고민에는 미치지 못하는 논리인 것 같다.
지금은 50줄을 훨씬 넘긴 누나가 바지 교복을 입는 여학교에 진학했을 때 “쯧 쯧,여자가 바지 입고 설치면 팔자가 사납다던데…”라던 할머니의 말이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도 남녀차별론자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아들 녀석은 그 학교를 지원한 날라리들이 평소 교실에서도 느끼할 정도로 멋을 부린다며 연신 흉을 보면서도 날라리들의 꽁무니를 쫓아간 양아치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운 모양이다.하긴 어느날 교복 바지를 쫄바지처럼 몰래 줄여온 아들 녀석도 아버지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린답시고 등굣길에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 입은 여학생들이 학생부장에게 걸려 혼쭐났다고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았던가.
예나 지금이나 획일화된 교복에 변화를 가해 기성 권위에 도전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30년 전에는 나팔바지에 바짓단을 늘어뜨려 길바닥의 먼지를 쓸고 다니는것이 유행이었는데,요즘은 실밥이 터질 정도로 교복을 최대한 줄여 입는 것이 ‘짱’이라고 한다.‘연예인 따라하기’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우리네 젊은이들이 숨막힐 듯한 교복으로 입시의 중압감을 표출한다는 다소 학구적인 해석도 있다.모든 중·고교의 교칙이 두발과 교복의 길이,양말 색깔까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해석도 일리는 있는 듯하다.
여성부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열어 여학생에게 치마 교복만 입게 한 규정은 남녀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치마와 바지 교복을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한다.치마 교복을 강요하는 것은 전근대적 의식의 반영이자 여학생의 행동과 태도를 규제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하지만 겨울 추위를 치마 교복으로 견뎌야 하는 고통이나 못생긴 다리를 감추려는 여학생의 고민에는 미치지 못하는 논리인 것 같다.
지금은 50줄을 훨씬 넘긴 누나가 바지 교복을 입는 여학교에 진학했을 때 “쯧 쯧,여자가 바지 입고 설치면 팔자가 사납다던데…”라던 할머니의 말이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도 남녀차별론자인가.
우득정 논설위원
2003-11-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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