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쓰러진 CEO… 남은 CEO

[경제 프리즘]쓰러진 CEO… 남은 CEO

김미경 기자 기자
입력 2003-11-20 00:00
수정 2003-11-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올해 사업은 좀 어떠셨습니까?”(기자)“그럭저럭 먹고 살 만했지만 이익은 많이 못 냈어요.내년에는 더욱 힘내야죠.”(코스닥 A사 대표이사)

18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회 코스닥 최고경영자(CEO)의 밤’ 행사에서 만난 200여명의 코스닥 등록기업 CEO들의 표정은 예상했던 것보다 밝았다.경기침체로 중소·벤처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고,코스닥시장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도 맥을 못췄지만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CEO들은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잘 준비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한 자동차부품업체 사장은 “자동차 수출 호조로 목표치에 근접한 실적을 거둔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중국·인도지사를 통해 해외영업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한 인터넷업체 대표는 “신규사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망도 컸지만 직원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뛰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CEO들은 서먹함을 풀고 회사경영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이들 CEO들을 보면서 최근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로숨을 거둔 한 게임벤처기업 사장이 문득 떠올랐다.

30대 초반의 김모 사장은 대기업에서 나와 벤처기업을 차린 뒤 지난 4년간 게임 개발에 매달렸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올랐다.

투자자는 커녕 게임 배급사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가운데 회사 주식을 나눠줬던 직원들에게 배신을 당해 회사를 빼앗기고,자신은 사장에서 이사로 물러나는 수모도 겪었다고 한다.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 김 사장은 결국 술에 의존하며 하루하루 버티다 어느날 새벽 잠이 든 뒤 눈을 뜨지 못했다.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한국 게임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다짐하던 김 사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그가 역경을 딛고 성공했다면 ‘CEO의 밤’에서 만나 그동안의 얘기를 나눴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잘 알려진 CEO들의 ‘성공스토리’뒤에는 김 사장처럼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말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물론 그래서 어렵게 성공한 벤처인들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으로 와닿는 지도 모른다.

오늘도 성공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벤처기업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미경 기자 chaplin7@
2003-11-20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