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투명인간

[씨줄날줄] 투명인간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3-11-19 00:00
수정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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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투명인간이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투명인간이 되어서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무얼하는지 몰래 엿보고,과자점에 들어가서 마음껏 훔쳐 먹는 그런 상상들을 하곤 했다.물론 나쁜 놈을 혼내주는 것도 당연히 포함된다.

‘투명인간’은 1897년 H G 웰스가 소설로 펴낸 이래 지금까지 여러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투명인간은 누구나 한번쯤 동경하는 꿈일 뿐이지만 만약 투명인간의 삶이 있다면 그것보다 더 고독하고 소외된 삶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상 속의 투명인간이 현실에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대기업 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이 인터넷 영상채팅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영상채팅을 몰래 훔쳐볼 수 있는 ‘투명인간’ 아이템을 개발,음란행위를 방조 묵인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사이트 책임자인 실장과 팀장이 구속됐다.

이 영상채팅사이트 사업팀은 지난해 2월부터 투명인간 아이템 유료판매를 시작해 연간 40억원 이상의 매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갑자기 이 정도 매출을 올리는 아이템이 나타났다면 실무자뿐 아니라 최고경영진에서도 분명히 돈 벌리는 내막을 알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어린이들의 꿈 속에 있는 투명인간이 어른들의 상술과 퇴폐적이고 관음적인 추악한 모습에 이용돼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만 것이다.투명인간이 남의 음란행위나 몰래 훔쳐보는 것쯤으로 치부된다면 우리는 꿈을 하나 더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문제는 또 있다.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조장한 기업이 대기업이라는 점이다.노틸러스효성은 효성컴퓨터와 효성데이터시스템이 통합한 회사다.그동안 젊은 CEO의 공격적이고 참신한 경영으로 주목을 받아온 기업이다.‘노틸러스’는 프랑스의 작가 쥘 베른이 1870년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해저2만리’에 등장하는 잠수함의 이름이다.해저2만리의 노틸러스호는 오대양의 해저를 누비는 모험과 도전의 상징이다.노틸러스효성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노틸러스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노틸러스의 상징도 상처를 입고 말았다.

한 대기업의 어처구니없는 상술이 상상과 모험,도전을 의미하는 투명인간과 노틸러스에 대한 꿈을 앗아간것 같아 씁쓸하다.

김경홍 논설위원
2003-1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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