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장기화 한진重 르포/ 노조 113일째 ‘천막농성’ 선박 생산라인엔 먼지만…

파업 장기화 한진重 르포/ 노조 113일째 ‘천막농성’ 선박 생산라인엔 먼지만…

입력 2003-11-12 00:00
수정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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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

공장 정문에는 작업복에다 얼굴에는 흰 마스크를 쓴 노조원들이 오가는 방문객들을 체크하며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평소 같으면 직원들의 출근으로 활기가 넘쳐야 할 시간이지만 긴장감이 넘친다.지난 7월22일 발생한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날로 113일째를 맞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공장 안팎에는 ‘김주익을 살려내라’,‘조남호(한진중공업회장)를 구속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십여개의 현수막과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선박의 조립용인 대형 블록을 도크에 옮기느라 분주히 오가야 할 크레인은 작동을 멈춘 지 오래다.작업 현장에는 선박 관련 각종 부품만 덩그러니 나뒹굴고 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선박의장 공장건물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자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이자 민주노총 금속산업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인 김 위원장이 고공농성을 벌이다 자살한 35m 높이의 ‘CT85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크레인 중간에는 환한 미소로 웃고 있는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농성을 벌였던 크레인에는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으며 조합원들이 24시간 지키고 있다.크레인 주변 야드장에는 대형 천막 50여동이 들어서 있고 상복과 두건 차림의 현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들이 눈에 띄었다.

20년째 이 회사에 다닌다는 50대의 한 노조원은 “회사측이 임단협에서 한 번도 수월하게 협상에 임한 적이 없다.”며 “회사의 무책임한 행동이 김주익 위원장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이로 인해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측은 김 위원장의 자살이후 사측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파업손실에 따른 손배소와 가압류 철회,파업참가자에 대한 임금보전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걸려 있다.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철회 등은 단위기업이 아니라 정부 또는 재계차원에서 입장이 정리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측과 노조측은 11일 6차 본교섭을 가졌지만 여전히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2003-11-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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