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은 거짓말 안하니까 무조건 저금”/저축의 날 훈장 받은 ‘따뜻한 짠순이’ 김재정 씨

“통장은 거짓말 안하니까 무조건 저금”/저축의 날 훈장 받은 ‘따뜻한 짠순이’ 김재정 씨

입력 2003-10-29 00:00
수정 200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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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입에 풀칠하기 바빠 두 딸 데리고 앞만 보며 살았는데 이렇게 상까지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네요.”

28일 제40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김재정(金在貞·62·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했다.갖은 고난을 이기고 부지런히 저축을 하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정을 베푼 게 개인부문 최고상을 받은 이유.시상을 주관한 한국은행 관계자는 “저축한 액수보다는 성실성과 따뜻한 마음이 돋보였다.”고 말했다.관행에 따라 저축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구에서 두 자매를 키우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에게 역경이 찾아온 것은 남편 사업이 실패한 1984년.급기야 그 해 남편은 충격을 못 견디고 중풍으로 쓰러졌다.고향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올라와 식당종업원·간병인·파출부·청소부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치료비와 생활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끝내 남편은 89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지요.최소한의 생활비만 남기고 1만원 이상만 모이면 무조건 은행에 저축을 했습니다.”

현재 김씨의 통장은 8개다.어디서건 바로바로 예금을 하기 위해 여러 은행에 통장을 개설했다.한푼두푼 쌓인 정성은 2000년 소중한 결실을 낳았다.자신의 한식당을 차린 그날 대학생이던 두 딸과 밤새워 소리내어 울었다.식당을 내고나서 김씨는 동네 불우노인들을 위한 무료 식사대접을 시작했다.근처에서 일하는 딱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이제 기반을 잡았으니 ‘짠순이’로 살았던 과거의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서란다.

김태균기자 windsea@
2003-10-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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