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강 백사장

[씨줄날줄] 한강 백사장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3-10-20 00:00
수정 200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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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종합개발사업의 몰인간성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강이 어느새 서울 시민의 품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보통 인간이 강과 접하는 방법은 크게 치수(治水),이수(利水),친수(親水)의 세 가지 측면으로 구분된다.치수란 호우시 홍수의 위험과 도시화에 따른 오폐수 수질관리의 측면을 말하고 이수란 생활용수·공업용수 등의 취수와 교통·수력발전 등 물 이용 측면을 말한다.친수란 레크리에이션과 관광,수변경관과 정서함양 등 인간과 물이 친숙하게 만나 상호교감을 하는 단계다.지금까지 한강은 ‘한강의 기적’이란 말이 연상시키듯 치수와 이수 측면에서만 개발돼 왔고 자연의 교감 상대인 인간과의 관계를 상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1986년 제2차 종합개발사업을 거쳐 90년대 이후에야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넓은 보행자 전용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각종 스포츠 레저 휴식시설로 한강이 없는 서울시민의 생활은 생각할 수 없게 된 즈음,서울시가 한강에 백사장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사실 한강이야 1960년대를 서울에서 산 사람들에게는 푸른 물결과 금빛 모래밭으로 기억된다.지금 최고급 주택지로 돼 있는 동부이촌동을 비롯해 압구정동,구반포,구의동,잠실,여의도 일대가 대부분 백사장이었으나 정부의 매립정책에 의해 차례차례 택지 등으로 변해 갔다.특히 여의도 매립용 토사 채취를 위한 밤섬 폭파 등에서 보듯 한강 개발은 곧 환경파괴의 후유증을 남겼고 남북 강변의 자동차전용 도로는 한강을 시민의 발길로부터 떼어놓았다.

서울시의 한강백사장 계획은 이제 한강을 ‘시민의 손에 넘겨 주는’,또 하나의 친수 정책이라고 한다.그러나 이 백사장은 300∼500평 규모의 인공적인 ‘모래 일광욕장’으로 프랑스 파리 센강의 ‘파리 해변’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마치 수영장처럼 탈의실과 샤워시설,그늘막 등과 함께 설치한다는 것이다.한강 생태 복원을 주장해온 환경주의자들의 ‘자연 백사장 복원’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쳐진 한강엔 이제 모래사장이 없다.다만 폭파된 밤섬이 퇴적에 의해 면적이 늘고 있고 탄천 등에 일부 모래톱이형성되면서 새와 물고기들이 가끔씩 쉬어 간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선탠’용 백사장이라는 생소한 문화가 아니라 서울 시민의 62.4%가 열망하고 있다는 생태적 복원을 바라는 것은 과도한 주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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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숙 논설위원

2003-10-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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