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가치 쇼핑족

[CEO 칼럼] 가치 쇼핑족

황경규 기자 기자
입력 2003-10-06 00:00
수정 2003-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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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미시(missy)’라는 낱말이 선보인지 올해로 10년이 됐다.미시는 원래 패션용어였지만 ‘미시족’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면서 ‘아가씨 같은 아줌마’를 일컫는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미시족의 등장은 그동안 ‘결혼한 여성은 아줌마’라는 일반화된 공식을 깨뜨렸다.특히 미시족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미시족의 라이프 스타일이 단순히 ‘결혼한 것 같지 않다.’라는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여성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와 함께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과 사회경험을 가진 미시족들은 소비패턴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뒀다.다시 말해 같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거나,비용이 많더라도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구매 패턴을 과감히 선보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돈 10원을 쓰더라도 마지막까지 한번 더 생각하고 최종 구매에 임하는 소비자들을 ‘가치(價値) 쇼핑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백화점에서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명품 핸드백을 쉽게구입하면서도 할인점에서는 몇 백원에 불과한 콩나물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가치를 담은 구매 패턴을 추구한다.

미국에서도 자동차는 벤츠를 타더라도 타이어는 할인점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청바지와 면티 차림이면서도 재킷만은 수백달러짜리 명품으로 치장하는 가치 쇼핑족들이 상당수에 이른다.일상적인 소비행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소비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려는 새로운 조류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할인점에서도 세계 유명 가전사들의 제품과 스포츠 용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여기에 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외국계 유명 화장품들이 할인점 매장에 속속 입점하는가 하면,심지어는 해외유명 골프용품들도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상품의 트렌드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예전의 음료 제품은 단순히 갈증을 없애주는 기능에 충실했다.당연히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탄산제품이 많이 팔렸지만 지금은 이보다 2∼3배 비싼 과즙음료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는 오염이 없는 깊은 바다 속의 심층수가 일반 생수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에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이처럼 먹고 마시는 것 하나에도 가족의 건강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불과 몇년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이런 경향은 가치 쇼핑,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우리 사회는 현재 소비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상품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기업들도 새로운 가치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주부들의 알뜰한 소비문화에서부터 신세대의 ‘무모한’ 듯한 소비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이를 함께 수용함으로써 그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가치들이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황 경 규 신세계 이마트 부문 대표
2003-10-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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