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참모들과 ‘독대’ 필요하다

[데스크 시각] 참모들과 ‘독대’ 필요하다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2003-09-26 00:00
수정 200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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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청와대 출입기자가 장관급 대통령 참모의 역할이 대폭 강화된다는 기사를 쓰겠다고 했다.대상은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보좌관이었다.대통령이 이들에게 ‘독대(獨對)’를 허용할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비서실장까지 독대를 않았다니…” YS시절 청와대를 출입했던 경험에 비춰 믿기지 않았다.“이제라도 바꾼다니 됐지.”라고 생각했다.

보충취재 결과 노무현 대통령이 3인의 역할강화를 당부했을 뿐,독대불허 방침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이건 아닌데”라는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전 정권까지 ‘청와대 독대’의 폐해에 대해 누구나가 공감하고 있다.때문에 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정책 및 인사 결정 과정에서 누구와도 독대를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이나 일반 각료 보고 때 비서실장·관련 수석을 배석시키고 있다.참모 보고때도 수석·보좌관급끼리 묶거나,비서관·행정관을 배석시키고 있다.급한 보고도 의전 및 부속실 관계자를 곁에 둬 ‘독대의 원칙’을 실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정부 들어 유인태 정무수석이 노 대통령과 한번 독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유 수석의 건의를 대통령이 수용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이후 노 대통령의 ‘독대 불허’ 원칙이 더 강고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조심스럽다.한 관계자는 “새정부 초기,현안이 많은 장관들이 대통령을 자주 만났다.김진표 경제부총리,윤영관 외교·김화중 복지·박봉흠 예산처 장관 등이다.독대가 아닌데도 ‘실세 장관’이란 소문이 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의견이 달랐다.“이럭저럭 적응은 해나가고 있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DJ는 세 부류를 선호했다.부지런한 사람,똑똑한 사람,속삭거리는 사람이다.” ‘똑똑’은 박상천·이해찬 의원이 꼽혔다.대통령 곁에서 소곤소곤 얘기를 잘하는 이는 김한길씨다.박지원씨는 ‘부지런’에다,시중의 가십거리를 대통령에게 재미있게 전하는 재주를 가졌다.당연히 박지원씨가 ‘최고 참모’가 됐다.과거 청와대에서 특정 참모가 ‘대통령과의 대화통로’를 독점한 적이 있었다.그렇다고 참모들의 독대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같다.특정 참모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릴 정도가 되는 상황은 대통령 스스로 막을 수 있다.

‘태풍속 대통령의 연극관람’이 파문을 일으켰다.함께 갔던 참모들이 취소를 건의할 수도 있었던 일정이었다.대통령과 ‘긴밀한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의가 없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라크 파병문제는 논외로 치자.각종 국책사업에 대한 결정이 자꾸 뒤로 미뤄지는 것은 참모들이 ‘충언’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 아닌 지 걱정된다.

청와대에는 국정기록비서관이 있다.독대는 하되,비공개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도 있다.잘못된 정책건의였는지는 역사에 맡기면 된다.

참모들은 정찬용 인사보좌관 케이스를 되돌아볼 만하다.정책분야가 아니긴 하지만,근래들어 정 보좌관에게 ‘독대’가 허용되고 있다.그도 처음부터 독대가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신속한 인사 결정 필요성을 내세워 독대를‘쟁취’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이 목 희 정치부장 mhlee@
2003-09-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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