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농업 대비책 뭔가

[사설] 위기의 농업 대비책 뭔가

입력 2003-09-16 00:00
수정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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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의 멕시코 칸쿤 각료회의가 예정된 농업 전면 개방에 관한 선언문을 채택하지 않고 폐막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그러나 칸쿤 회의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협상 주도국들의 농산물 시장 대폭 개방에 관한 공감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각료회의의 합의 실패가 농업개방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나라 등 농산물 수입국들의 협상입지를 강화하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특히 미국의 밀어붙이기 식 시장개방 압력에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연합(EU)이 이번 회의에서 도리어 미국 쪽에 가담함으로써 우리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WTO는 오는 12월15일 특별각료회의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칸쿤 회의 분위기에 비춰볼 때 농산물 시장의 대폭 개방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시장개방 저지가 가능할 것처럼 얘기할 뿐,막상 개방이 닥칠 때에 대한 대비책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마련하지 않고 있다.

칸쿤에서 자살한 이경해씨의 시신이 곧 국내로 들어오면 격렬한 농민시위를 촉발할 위험이 크다.정부는 농민시위가 격해지면 그 때서야 농심을 달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쏟아붓기 식의 선심성 물량공세로 나설 것이다.그 결과는 너무 뻔하다.57조원이란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도 농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세금만 낭비한 우루과이라운드(UR)의 실패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는가.

농정 실패는 한번으로 족하다.개방이 불가피하다고 400만 농민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따라서 농업투자 확대는 절실하다.문제는 대규모 농업투자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그러자면 치밀한 사전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개방의 대비책을 착실히 준비할 것을 촉구한다.

2003-09-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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