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公人

[씨줄날줄] 公人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3-09-15 00:00
수정 2003-09-1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동장(洞長)도 공인(公人)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부하직원을 폭행한 사실을 보도한 지역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서울 지법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대법원이 대전 법조비리보도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부 파기 환송한 지 열흘만에 또다시 법원이 ‘공인’의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언론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외국에서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피해자가 공인인가,사인(私人)인가의 여부는 언론의 위법성 여부를 판정하는 핵심 요소다.미국의 경우 유명한 뉴욕 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1964년)을 계기로 공직자(public official)의 명예훼손에 대한 언론의 우월적 지위의 전통을 확립했다.공직자가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기려면 언론이 명예훼손 기사를 보도할 당시 그 기사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또는 기사의 사실성 여부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종전까지 언론이 져야 했던 진실 입증 책임을 소송 제기자에게 부담시킨 이 ‘현실적악의(actual malice)’ 원칙은 언론에 대한 잘못된 제약이나 처벌은 개인의 명예에 대한 피해보다 더욱 큰 피해가 된다고 하는 미국의 언론자유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미국 대법원은 그 후 ‘현실적 악의’원칙의 적용 대상을 공직자 외에 공중에 의해 널리 알려진 유명인들이나 인지도가 높은 사건들에 관련되어 유명해진 ‘공적 인물(public figure)’로 확대하면서 공인(public person)에 관한 정의를 정교화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언론의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인의 여부는 중요 요소가 아니며 따라서 공인에 대한 법적 정의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대법원 판례가 명예훼손의 위법성 판단 기준을 공인 여부가 아니라 보도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의 여부와 공적인 관심사인지 아닌지의 여부에 두고 있고 무엇보다도 진실 입증의 책임을 언론에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이제까지 판례에 나타난 공인의 범위는 공무원,정치인,공직자의 친인척,연예인,언론인,기업인,종교인,변호사,작가 등이다.

국내 언론은권력의 직접적 압력을 벗어나자마자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새로운 통제에 직면하고 있다.‘동장도 공인’ 판결을 보면서 언론자유에 대한 미국 법원의 적극적 역할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기대인 것일까.

신연숙 논설위원

2003-09-15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