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오페라, 행복한 중독

책 / 오페라, 행복한 중독

입력 2003-09-10 00:00
수정 2003-09-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용숙 지음 예담 펴냄

베르디의 ‘아이다’는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의 스펙터클 오페라다.음악만 놓고 본다면 베르디의 3대 걸작 ‘리골레토’‘일 트로바토레’‘라 트라비아타’보다 감동이 떨어질지 모르지만,우리 귀에 익숙한 ‘이기고 돌아오라’‘개선행진곡’ 등의 멜로디와 화려한 군무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베르디보다 45년 후에 태어난 푸치니는 원래 교회음악 작곡가가 되려 했지만,이탈리아 피사에서 ‘아이다’ 공연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 뒤 “내가 갈 길은 오로지 오페라다.”라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아이다’의 한국 공연을 앞두고 100편의 매혹적인 오페라 이야기를 담은 책 ‘오페라,행복한 중독’(이용숙 지음,예담 펴냄)이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번역가와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저자는 오페라의 음악적인 측면이나 줄거리보다는 구체적인 오페라 작품이 태어난 시대의 사회상이나 정치·경제적인 배경을 살피는 데 중점을 둔다.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속고 속이는 결혼 이야기보다 귀족의 횡포에 맞설 만큼 성장해가는 시민계급의 양상을 부각시켰으며,비제의 ‘카르멘’에서는 낭만적인 집시의 유혹보다 핍박받는 소수민족으로서의 집시를 다뤘다.또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중윤리에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는 동양을 신비화하는 서구인의 이국취향 뒤에 숨겨진 정복욕을 주제로 삼았으며,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에서는 팔레스타인 분쟁의 기원에 주목했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야기로 풀어낸 ‘오페라의 사회사’다.오페라를 그렇고 그런 사랑타령 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겐 또 다른 지적 각성을 안겨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의 ‘아이다’에서부터,단 한 편의 오페라를 남겼지만 그마저 나폴레옹이 망쳐버렸다는 베토벤의 유일한 초연 오페라 ‘피델리오’,오페라의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쿠르트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환상적인 오페라 무대를 주제별로 펼쳐보인다.3만2000원.

김종면기자

2003-09-10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