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6者회담 숨은 그림

[데스크 시각] 6者회담 숨은 그림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2003-08-29 00:00
수정 2003-08-2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는 그의 책 ‘부시의 전쟁(Bush at War)’에서 9·11테러 직후 아프간전을 시작하기 위해 러시아의 지원을 타진하던 당시 백악관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9월말 부시대통령은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러시아는 아프간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미군이 작전을 펼 때 최소한 러시아가 방해라도 하지 말기를 바랐다.그런데 예상 외로 푸틴은 흔쾌히 협조를 약속했다.”

“푸틴은 미군기의 러시아영공 통과는 물론,소련영토였던 중앙아국들에 대한 미군주둔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백악관 안보팀은 푸틴의 기대밖 호응에 내심 놀랐다.러시아는 특수정보팀을 미국에 보내 아프간내 산악동굴 위치를 포함한 상세한 지형도까지 제공했다.…”

세계언론들은 이 통화내용을 두고 냉전종식을 실감케 해주는 생생한 사례라고 썼다.그것은 국제안보에서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제로섬 게임 논리로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일대 전환이었다.각자의 국내 사정이 작용했겠지만 이는 과거의 두 적이 이념대결이 아니라 테러응징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나섰음을 알리는 낭보로 받아들여졌다.

많은 이들이 베이징 6자회담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북한이 회담장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않으면 성공이라는 외신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따라서 회담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번 회담은 참가국 구성이 냉전시대의 양쪽인 북·러·중과 한·미·일의 3대3으로 절묘하게 양분됐다.하지만 회담결과가 이 편가름대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양편의 역학구도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이번 회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앞서 소개했듯이 러시아외교는 이미 과거의 틀을 벗어던졌다.남은 것은 중국이다.북한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해결의 두가지 원칙위에 서있다.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핵문제가 북·미간 문제라는 북한 입장을 지지해왔다.그런데 6자회담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이 입장이 적지않은 변화를 보였다.

북한 입장의 근간은 ‘벼랑끝 전술’이다.핵문제는 미국의 안보위협 때문에 생겼으니 미국과 직접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경제지원과 대미 수교라는 외교적 목적을 얻어내기 위한 북한식 외교의 전형일 뿐이다.중국의 6자회담 중재노력은 결과적으로 북한식 폐쇄외교에 대한 지지 유보로 나타나고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기준은 사회적 통념이라고 했던가.국제관계에도 통념의 기준이 있다.독일의 타게스 차이퉁지는 이를 두고 “중국은 형제국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 양자선택의 기로에서 국제사회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북한이 6자회담에 응한 것은 5자회담으로 갈 경우 중국의 역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중국이 다자회담에서 자신들을 ‘팔아넘길지’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러시아를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참가국들이 이념적 편가르기를 떠나 어떤 논리로 어느 쪽을 지원하고 반대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만약 각국이 국제적 가치기준 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한반도에서 제2,제3의 핵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대표들의 부산한 움직임에 담긴 ‘큰 그림’의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기 동 국제부장 yeekd@
2003-08-29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