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중반쯤으로 기억된다.마약법을 찾다가 ‘罌粟’(앵속)이라는 단어를 우연히 보게 됐다.마약의 한 종류로 분류돼 있었다.한자를 늘 접해온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을 마칠 때까지 계속 한자를 접해 왔고,시험준비를 위해 한자가 많이 쓰인 법서를 읽어 한문을 잘 쓰지는 못해도 읽는 것은 대부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법률에 이렇게 어려운 한자가 있다는 것이 좀 황당했다.
마약법은 친절하게 ‘罌粟’이 무엇인지를 정의해 놓았지만,그것도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파파베르 세티게름 디·시’ 및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罌粟속의 식물’이라고 돼 있어 역시 읽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문학서적이나 고서적도 아닌 법률에 쓰인 한자를 전혀 읽지 못한 것에 대해 공부가 부족함을 느낀 필자는 ‘한글로 쓰여 있었다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 볼 텐데…’라고 투덜거리면서 옥편을 한참을 뒤적여서 ‘앵속’이라고 읽는다는 것을 알아냈다.또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앵속은 양귀비라고 돼 있었다.다른 뜻은 없었다.특별히 다른 뜻도없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알 수 있는 양귀비란 단어를 두고 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썼는지는 그 당시에도 궁금했고,지금도 궁금하다.다행히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앵속’이 아니라 ‘양귀비’라고 적혀 있다.
양귀비는 그것을 가공하면 마약의 한 종류인 아편이 된다.마약법에 보면 양귀비는 재배가 금지돼 있다.마약법을 위반해 양귀비를 재배하는 경우에는 중형으로 처벌된다.
물론 양귀비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그것을 앵속이라고 쓰든 양귀비라고 쓰든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양귀비는 진통효과가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열매와 식물체를 분리해 두었다가 응급 질환에 사용했다고 한다.즉 알게 모르게 조금씩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옛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응급약으로 꽤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민간에서 전혀 죄의식없이 양귀비를 재배하기도 했고,그것이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양귀비를 재배하다가 적발됐다면 그 사람은 본인이어떤 법을 위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그러나 당시 마약법에서는 양귀비와 관련된 규정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다만 앵속이 있을 뿐이었다.국민들이 미리 어떤 방식으로 양귀비를 재배하면 안되고,어떤 처벌을 받는 것인지를 알려고 하더라도 어느 법에 그런 내용이 규정돼 있는지 찾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결국 어려운 한자로 인한 손해는 모두 국민들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요즘도 법률을 보다 보면 한자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대다수 국민들은 한자 때문에 법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특히 한글전용세대라면 더더욱 이러한 불편함이 클 것이다.
법제처에서는 이번에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입안했다.법률에 적혀 있는 모든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한글전용을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그러나 법률은 바로 국민의 권익과 관련되는 것이다.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법률에 있어서는 국민들이 그 법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법률의 내용도 쉽게 쓰여야 하겠지만,우선 읽을 수는 있어야 할 것이다.
김의성 법제처 사회문화법제국 법제관
마약법은 친절하게 ‘罌粟’이 무엇인지를 정의해 놓았지만,그것도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파파베르 세티게름 디·시’ 및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罌粟속의 식물’이라고 돼 있어 역시 읽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문학서적이나 고서적도 아닌 법률에 쓰인 한자를 전혀 읽지 못한 것에 대해 공부가 부족함을 느낀 필자는 ‘한글로 쓰여 있었다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 볼 텐데…’라고 투덜거리면서 옥편을 한참을 뒤적여서 ‘앵속’이라고 읽는다는 것을 알아냈다.또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앵속은 양귀비라고 돼 있었다.다른 뜻은 없었다.특별히 다른 뜻도없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알 수 있는 양귀비란 단어를 두고 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썼는지는 그 당시에도 궁금했고,지금도 궁금하다.다행히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앵속’이 아니라 ‘양귀비’라고 적혀 있다.
양귀비는 그것을 가공하면 마약의 한 종류인 아편이 된다.마약법에 보면 양귀비는 재배가 금지돼 있다.마약법을 위반해 양귀비를 재배하는 경우에는 중형으로 처벌된다.
물론 양귀비라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과는 관련이 없으니까 그것을 앵속이라고 쓰든 양귀비라고 쓰든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양귀비는 진통효과가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열매와 식물체를 분리해 두었다가 응급 질환에 사용했다고 한다.즉 알게 모르게 조금씩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옛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응급약으로 꽤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민간에서 전혀 죄의식없이 양귀비를 재배하기도 했고,그것이 위법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양귀비를 재배하다가 적발됐다면 그 사람은 본인이어떤 법을 위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그러나 당시 마약법에서는 양귀비와 관련된 규정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다만 앵속이 있을 뿐이었다.국민들이 미리 어떤 방식으로 양귀비를 재배하면 안되고,어떤 처벌을 받는 것인지를 알려고 하더라도 어느 법에 그런 내용이 규정돼 있는지 찾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결국 어려운 한자로 인한 손해는 모두 국민들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요즘도 법률을 보다 보면 한자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대다수 국민들은 한자 때문에 법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특히 한글전용세대라면 더더욱 이러한 불편함이 클 것이다.
법제처에서는 이번에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입안했다.법률에 적혀 있는 모든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하는 것이다.한글전용을 반대하는 분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그러나 법률은 바로 국민의 권익과 관련되는 것이다.다른 분야라면 몰라도 법률에 있어서는 국민들이 그 법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법률의 내용도 쉽게 쓰여야 하겠지만,우선 읽을 수는 있어야 할 것이다.
김의성 법제처 사회문화법제국 법제관
2003-08-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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