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인하 ‘시늉만’

아파트 분양가인하 ‘시늉만’

입력 2003-08-21 00:00
수정 200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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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분양가가 들쭉날쭉인 데다,주택건설업체(시공사)와 재건축조합들이 분양신청시 일단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제시했다가 자치구로부터 조정권고를 받으면 마지못해 약간씩 내리는 시늉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따라서 겉으로는 소폭 인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런 수법으로 분양가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내 아파트 분양가는 최근 강서구가 3억 2000여만원으로 과다 책정된 31평형 아파트의 가격을 2340여만원이나 낮춰 화제가 됐다.

강서구의 사례 이전에도 다른 자치구들이 업체에 분양가 인하를 권고,최고 5700만원이나 내리도록 하는 등 당국의 권고로 분양가를 내린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일 서울시와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에 따르면 지난달 7차 동시 분양을 신청한 서초구 서초동 H빌라 재건축 70평형의 경우,애초 13억 1400만원을 분양가로 책정했다가 서초구의 인하 권고를 받고 12억 5700만원으로 5700만원을 내렸다.평당 81만 2000원이 내린 것으로,강서구의 평당 75만원보다인하 폭이 더 크다.

6차 동시 분양 때는 서대문구 S주택조합 32평형이 평당 51만원인 1600만원을 내렸다.종로구 평창동 G빌리지,강동구 천호동 D재건축도 각각 1000만원을 인하했다.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평당 2만∼10만원을 낮추는 데 그쳤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소비자단체인 소시모에 의뢰,동시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평가한 뒤 이를 각 자치구에 전달,자치구가 주택업체에 분양가를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분양가는 원칙적으로 자율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를 하기 어려워 권고 형식의 ‘우회전법’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양가 인하가 실질적인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보다는 조합과 시공사들이 조정 가능한 금액을 미리 분양가에 더해 신청한 뒤 조정 권고를 받으면 생색을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좀더 확실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시모 김자혜 사무총장은 “매번 평가 때마다 업체들이 분양가를 조금씩 낮추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거품 분양가인 경우가 많았다.”면서 “분양가 자율화 정책을 한번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일선 구청도 의지만 있으면 어느 정도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제도적인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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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상기자 ukelvin@
2003-0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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