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패트롤 / 영화 뺨친‘가짜 청와대 국장’

사건 패트롤 / 영화 뺨친‘가짜 청와대 국장’

입력 2003-08-13 00:00
수정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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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장이라고 했더니 다들 의심도 하지 않고 넘어가던데요.”

청와대의 봉황 날개 문양이 새겨진 손목시계와 넥타이를 착용하고 운전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팀 국장 행세를 한 장모(42)씨 등 사기꾼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와대’라는 배경에 속아 민원과 고충을 해결하려던 8명의 ‘순진한’ 시민이 모두 4억 3000여만원을 갖다 바쳤다.이들은 폐기물 처리업체 공장을 담보로 기술신용보증기금 대출을 받게 해달라거나 은행에 다니는 부인을 과장으로 진급시켜 달라는 등 아쉬운 사정을 호소했다.현역 대령도 ‘특별한 부탁’을 하다 돈만 날렸다.

장씨는 청와대 부근 기념품 판매점에서 손목시계와 넥타이를 구입한 뒤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나섰다.공범 이모(44)씨와 운전사 하모(35)씨가 “청와대 국장님”이라며 바람잡이 역할을 맡았다.

장씨는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청와대를 구경시켜 준다며 청와대 정문 부근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 기념시계를 주기도 하고 청와대 관련 신문기사를 줄줄이 읊어대며 청와대 사정에 해박하다는 인상을 심어 줬다.

또 글을 쓸 때 한자를 적절히 사용해 피해자의 환심을 샀다.수년 전 사기행각을 벌이다 구속됐을 때 감옥에서 한자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185㎝의 키에 120㎏의 위엄있는 풍채도 한 몫했다.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대부분 청와대에 확인 전화 한통 해보지 않았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장씨는 피해자가 늘면서 첩보를 입수한 청와대의 신고로 꼬리를 잡혔다.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장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공범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청와대’라는 한마디에 아무런 의심 없이 허술하게 넘어간 피해자들을 보면서 권력 만능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떠올라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장택동기자 taecks@
2003-08-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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