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짙은 대형 뮤지컬과 실험성 강한 대학로 연극 사이에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낀 관객이라면 20일부터 9월28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프루프(Proof·증명)’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모처럼 진지한 사유를 즐기면서도,연극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우선 작품에 관한 사전 정보 몇가지.2000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자마자 단숨에 그해 브로드웨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비평가들의 격찬과 관객 동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데 이어 2001년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여우주연상,최우수 감독상,그리고 퓰리처 드라마상까지 휩쓰는 상복을 누렸다.지난해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을 맡은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도 수개월 전 티켓이 매진되는 흥행을 거뒀다.30대 초반의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이 이 작품으로 유진 오닐 이후 가장 주목받는 브로드웨이의 스타 작가로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이쯤되면 당연히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도대체 어떤 작품일까.연극은 천재 수학자 존 내시를 연상케 하는 인물을 등장시킨다.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지녔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정신적 질환을 앓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돌보며 자신 또한 천재성과 광기를 똑같이 물려받지 않았을까 두려워하는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학’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매개로 가족간의 갈등과 복잡한 심리를 형상화해낸 점이 독특하다.연출을 맡은 김광보는 “어떤 정확한 수학공식도 설명해내지 못하는 복잡미묘한 인간관계에 대한 치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이 주목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주연 ‘캐서린’으로 캐스팅된 배우 추상미(30).극중 ‘캐서린’이 아버지 ‘로버트’로부터 천재성을 물려받았듯 실제 추상미도 아버지(고 추송웅)에게서 많은 재능을 물려받았다.‘빨간 피터의 고백’ 등 개성파 연기자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그녀에게 영웅이었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랄까,그런 점에서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한번 집중하면 무섭게 몰입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아닌게 아니라 지난주 서울 혜화동 연습실에서 만난 추상미는 연습 중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이 달랐다.드라마와 연극을 같이 진행하느라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그녀는,그러나 일단 연습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띠었다.
그는 “지난해 뮤지컬 ‘젊은 날의 베르테르’에 출연한 걸 빼면 정극 무대는 5년만”이라면서 “늘 ‘연극을 해야지’하면서도 뜻대로 잘 안 됐는데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나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어떤 장식이나 기교 없이,철저하게 희곡의 힘과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밀어붙이는 연극이다.특히 2시간10분에 달하는 공연시간 내내 무대를 거의 떠나지 않는 ‘캐서린’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매우 힘든 역할이다.김광보 연출가는 “드라마에 아주 충실한 정통 리얼리즘 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진이 탄탄하다.‘캐서린’역에 더블캐스팅된 장영남은 극단 목화 출신으로 이미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아버지 ‘로버트’역에는 중후한 연기를 펼치는 전성환이 열연하고,추귀정이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로 분한다.로버트의 제자이자 캐서린과 사랑을 나누는 ‘핼’은 장현성이 맡았다.화∼금 오후7시30분,토 오후4시·7시,일 오후3시·6시.(02)516-1501.
이순녀기자 coral@
우선 작품에 관한 사전 정보 몇가지.2000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하자마자 단숨에 그해 브로드웨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비평가들의 격찬과 관객 동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데 이어 2001년 토니상 최우수 연극상,여우주연상,최우수 감독상,그리고 퓰리처 드라마상까지 휩쓰는 상복을 누렸다.지난해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을 맡은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도 수개월 전 티켓이 매진되는 흥행을 거뒀다.30대 초반의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이 이 작품으로 유진 오닐 이후 가장 주목받는 브로드웨이의 스타 작가로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이쯤되면 당연히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도대체 어떤 작품일까.연극은 천재 수학자 존 내시를 연상케 하는 인물을 등장시킨다.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지녔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정신적 질환을 앓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돌보며 자신 또한 천재성과 광기를 똑같이 물려받지 않았을까 두려워하는 딸에 관한 이야기이다.
‘수학’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매개로 가족간의 갈등과 복잡한 심리를 형상화해낸 점이 독특하다.연출을 맡은 김광보는 “어떤 정확한 수학공식도 설명해내지 못하는 복잡미묘한 인간관계에 대한 치밀한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이 주목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주연 ‘캐서린’으로 캐스팅된 배우 추상미(30).극중 ‘캐서린’이 아버지 ‘로버트’로부터 천재성을 물려받았듯 실제 추상미도 아버지(고 추송웅)에게서 많은 재능을 물려받았다.‘빨간 피터의 고백’ 등 개성파 연기자로 이름을 날린 아버지는 어린시절부터 그녀에게 영웅이었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랄까,그런 점에서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한번 집중하면 무섭게 몰입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아닌게 아니라 지난주 서울 혜화동 연습실에서 만난 추상미는 연습 중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이 달랐다.드라마와 연극을 같이 진행하느라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그녀는,그러나 일단 연습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띠었다.
그는 “지난해 뮤지컬 ‘젊은 날의 베르테르’에 출연한 걸 빼면 정극 무대는 5년만”이라면서 “늘 ‘연극을 해야지’하면서도 뜻대로 잘 안 됐는데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나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어떤 장식이나 기교 없이,철저하게 희곡의 힘과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밀어붙이는 연극이다.특히 2시간10분에 달하는 공연시간 내내 무대를 거의 떠나지 않는 ‘캐서린’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매우 힘든 역할이다.김광보 연출가는 “드라마에 아주 충실한 정통 리얼리즘 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연진이 탄탄하다.‘캐서린’역에 더블캐스팅된 장영남은 극단 목화 출신으로 이미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아버지 ‘로버트’역에는 중후한 연기를 펼치는 전성환이 열연하고,추귀정이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로 분한다.로버트의 제자이자 캐서린과 사랑을 나누는 ‘핼’은 장현성이 맡았다.화∼금 오후7시30분,토 오후4시·7시,일 오후3시·6시.(02)516-1501.
이순녀기자 coral@
2003-08-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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